BBC, 남북 첫 합작 평양과기대 실상 공개

입력 2014-02-04 20:56
수정 2014-02-05 03:46
"독재정권 '심장부' 평양서 美 교수가 영어로 강의 진행"

최고위층 자제 500명 선발 "서구식 교육 받으라" 특명
"학생들 자유시장 개념 생소"


[ 전예진 기자 ] 2010년 개교한 남북 첫 합작대학 평양과학기술대학(이하 평양과기대)의 실상이 공개됐다. 북한 독재정권의 중심인 평양에서 서구 자본으로 운영되는 유일한 사립대학이다. 북한이 양성하는 미래 지도자들의 사고 방식과 교육 방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3일(현지시간)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 팀이 취재한 캠퍼스의 모습을 인터넷 뉴스로 보도했다. BBC는 “북한 당국과 협상한 지 18개월 만에 취재를 허가받았다”며 학교 분위기를 소개했다. BBC에 따르면 학교는 경비병이 지키는 보안초소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 학생들은 흰색 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검은색 정장 교복을 입고 있으며 ‘김정은 최고사령관님을 목숨을 다해 지키겠다’는 내용의 행진곡을 제창했다.

인터넷은 컴퓨터실에서만 특별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감시원의 검열 때문에 이메일, 소셜미디어, 해외 뉴스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양과기대 학생 500명은 서구식 교육을 받아들이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 최고위층 자제 중에서 선발됐다. 대학의 목표는 빈곤한 북한을 현대화하고 국제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모든 강의는 영어로 이뤄지며 대부분 미국인이 맡고 있다. BBC는 미국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학생은 “미국인과 미국 정부는 다르다”며 “미국 강사진을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사진은 “외부와 단절된 북한 학생들은 세뇌와 선전과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모든 재화의 공급을 북한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자유시장의 개념은 생소하다고 전했다.

BBC는 옌볜과기대 설립을 주도한 재미 사업가 김진경 총장이 북한의 요청을 받고 이 대학을 세웠으며 설립기금 2000만파운드(약 356억원)의 대부분을 미국과 한국 기독교 자선단체에서 모았다고 소개했다. 이 대학의 후원자 데이비드 앨튼 영국 상원의원은 “평양과기대가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의 사고를 바꾸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