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중신용층(개인신용평가등급 5∼6등급) 대출자 4명 중 1명 이상이 저신용층(7∼10등급)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20대는 중·고신용 대출자 가운데 28%가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하락했다.
이장연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과장과 임영주 조사역은 4일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 가계차주 현황' 보고서에서 2013년 6월 말 금융권 대출이 있는 차주(借主) 50만명의 신용등급 변화를 추적한 결과 이렇게 분석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6월 말 당시 중신용층이었던 대출자 가운데 25.2%는 지난해 6월 말 7등급 이하 저신용층이 됐다. 1∼4등급 고신용층도 7.2%가 저신용층이 됐다.
고신용자는 신용수준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저신용자는 신용등급이 악화하는 '신용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저신용층이 된 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2008년 14.2%에서 지난해 84.8%로 급격히 악화했다.
금융위기 전부터 계속 저신용층이었던 대출자의 DTI가 44.9%에서 71.4%로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신용등급이 추락한 대출자의 DTI 현황이 더 심하게 악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취업난 속에 청년층의 신용등급 악화도 두드러졌다.
신용등급 하락 추이를 연령별로 분석해보니 20대는 중·고신용 대출자의 27.9%가 금융위기 이후 7등급 이하 저신용자가 됐다.
이에 비해 30대(16.2%)와 40대(14.0%), 50대(11.9%) 등 대부분 연령층의 하락률은 10%대였다.
60대 이상은 중·고신용자의 9.6%만 저신용층이 됐다.
이는 학자금 대출 부담이 큰 20대가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얻기 어려워 고금리대출을 받거나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일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장연 과장은 "저신용층으로 하락한 20대의 고용형태를 보면 무직이 50%에 육박한다"며 "취업 연령이 높아지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는 점이 하락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출자의 고용형태별 저신용층 하락률을 분석한 결과 임금근로자(9.9%)보다 무직(17.2%) 대출자의 하락률이 월등히 높았다.
다만, 2008년 임금근로자였다가 2013년 자영업자가 된 대출자는 18.0%가 저신용층이 된 것으로 나타나 계속 직업이 없었던 대출자, 또는 임금근로자에서 무직자가 된 대출자(15.4%)의 신용등급 하락률를 앞질렀다.
대출 규모별로는 1000만원 미만(19.0%)과 1000만∼2000만원(19.2%) 등 소액대출 이용자의 저신용층 하락률이 1억원 이상 거액대출자(9.7%) 하락률의 2배에 달했다.
금융위기 이후 생계 자금을 마련하고자 고금리 소액 신용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의 신용등급이 많이 추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장연 과장은 "저신용 차주 문제가 심화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떨어지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부의 재정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며 "청년층과 무직·자영업자의 소득창출 여건 개선과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10%대 신용대출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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