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일 하다 가스안전 아이디어 떠올라…새 누출차단기 개발…주부 마음 읽었죠"

입력 2014-02-03 21:45
지금은 女成(여성 성공)시대 - 박나연 코스모테크놀로지 사장

가스레인지 사용할 때만 밸브가 자동으로 열려 '안전'
후드 일체형 제품 대량 공급


[ 김희경 기자 ]
일본어 통역·번역가였던 박나연 씨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급히 나서다 여러 번 사고를 낼 뻔했다. 조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가스불을 끄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해결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던 중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통역을 의뢰한 일본인 엔지니어에게 이 아이디어가 어떤지 의견을 물었다. 엔지니어는 적극 찬성하며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주부들의 불안감 해소

박나연 코스모테크놀로지 사장은 2005년 코스모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가스안전장치인 ‘가스지키미’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가스누출경보기나 타이머콕 등은 가스가 누출된 뒤 공기 중 가스 농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하는 데 반해 가스지키미는 사고 발생 자체를 차단한다”며 “예방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제품을 출시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가스지키미는 센서를 통해 가스관 압력 변화를 1초 단위로 검사해 가스 누출을 막는다. 그런데 가스관 압력은 온도 등 다양한 외부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문제가 됐다.

박 사장은 “공동주택에선 옆집에서 가스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압력이 심하게 변할 수 있다”며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09년이 돼서야 제품 생산에 나섰다.

◆누적 판매량 3만개 돌파

가스지키미는 다양한 기능도 채택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만 밸브를 자동으로 열고 사용하지 않을 땐 닫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을 2~600분까지 설정하면 시간에 따라 밸브를 개폐할 수 있다. 가스레인지, 호스, 호스 연결부위 등을 24시간 자동 점검하는 기능도 갖췄다.

그는 이 제품으로 2010년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금상과 기술특별상을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3만개를 넘어섰다.

◆후드 일체형 제품 개발

박 사장은 5명의 직원과 함께 기술 개발, 제조, 영업을 하고 있다. 제품 아이디어는 박 사장이 주로 내고 생산은 부품 제조를 외주에 맡긴 뒤 본사 직원들이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업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시가스 공급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주방 후드업체인 가나테크와 함께 후드 일체형 가스지키미를 만들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 가스 밸브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후드가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이다.

박 사장은 “가스안전장치 하나로 건설사와 공급 계약을 맺기는 어려웠는데 후드 일체형 제품을 개발하면서 고급주택을 중심으로 신축 건물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매출을 작년 3배 수준인 15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며 “건설사들을 고객으로 삼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만큼 올해엔 누적 판매량이 5만개를 돌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