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 전문인턴 → 점장
"조금 돌아가는 것 같지만 생각 바꾸니 길 더 잘 보여"
[ 이도희 기자 ]
“간판보다 직무에 충실했더니 어느새 대기업 사원이 돼 있더라고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CJ푸드빌 ‘빕스’ 서울 도곡점 점장이 된 엄미영 씨(32·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2월3일자 ‘캠퍼스 잡앤조이’(한국경제신문의 대학생 전문 매거진)는 엄씨의 사례를 통해 CJ그룹의 ‘뉴파트타임잡’을 소개했다.
CJ그룹은 푸드빌 CGV 올리브영 등 3개 계열사의 매장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해 11월 열린 ‘시간제 일자리 박람회’를 계기로 ‘뉴파트타임잡’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됐다.
부산의 한 전문대에 입학해 문헌정보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엄씨에게 CJ푸드빌은 생각지도 못한 직장이었다. 아르바이트-스페셜 사원-매니저-점장으로 이어지는 단계마다 면접과 필기시험, 고과평가를 거쳐 그는 CJ푸드빌의 정식직원이 됐다. 지금은 이 단계가 아르바이트-전문인턴-점장으로 단순화됐다. 단계별 시험전형도 행동평가와 면접 두 가지로 바뀌었다.
엄씨가 CJ푸드빌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1학년 때인 2001년 부산 서면점 빕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다. 평소 요리를 좋아했던 그는 ‘레스토랑’이라는 말만 듣고 무작정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다.
이때만 해도 엄씨에게 빕스는 수많은 아르바이트 자리 중 하나일 뿐이었다. 1년째 되던 날, 그의 운명을 바꿀 특별한 제의가 들어왔다. 스페셜 사원이 돼보지 않겠느냐는 것. 당시 인턴사원 개념의 스페셜 사원으로 3개월 동안 근무하면 어시스트 매니저라는 이름의 정규직원이 될 수 있었다.
스페셜 사원이 되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인성면접에 필기시험까지 치러야 했다. “시험범위였던 ‘빕스 매뉴얼북’을 달달 외웠어요. 조리매뉴얼 등 외식사업에 꼭 필요한 기본 지식이 빼곡히 적힌 책이었죠. 이걸로도 부족하다 싶어 조리학과 선배에게 전공서적을 구해 틈날 때마다 공부했어요.”
어렵사리 전형을 통과한 엄씨는 3개월의 스페셜 사원을 거쳐 정규직인 어시스트 매니저가 됐다. 2학년 2학기, 졸업도 하기 전에 이룬 성과였다.
정규직원이 되니 급여체계부터 달라졌다. 시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었다. ‘CJ인’들의 로망이라는 ‘CJ복지포인트 카드’도 발급됐다. 계열사 할인 혜택 등 CJ사원에게 주어지는 복지혜택을 똑같이 받게 됐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어시스트 매니저로 3년간 근무하며 엄씨는 메뉴를 더 열심히 공부했다. 본격적으로 경영학을 배우기 위해 사이버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엄씨는 매니저, 부점장을 거쳐 2008년 광주의 한 빕스 매장을 관리하는 점장이 됐다. 2011년엔 매출 순위 전국 10위권 안에 드는 도곡점 점장을 맡았다. 빕스 도곡점은 직원 수 110명, 좌석 370개인 대규모 매장이다.
이도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