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법인의 잔여재산 처분권을 인정하자

입력 2014-02-03 20:29
수정 2014-02-04 04:34
사립대학 법인이 문을 닫고 해산할 경우 남는 재산을 장학재단, 요양원, 직업교육기관, 평생교육기관 등에 출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교육부가 검토한다고 한다. 부실 대학 퇴출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가칭)에 잔여재산 출연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옳은 방향이다. 관련 법 제정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

경영부실로 더는 연명하기 어려운 사립대학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 제기된 주장이 아니다. 재정난에 처한 대학이 적지 않지만 잔여 재산을 모두 국고에 귀속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이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96년부터 시행된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90여개 대학이 새로 생긴 반면 자진 폐교한 대학이 극소수인 것도 이 같은 퇴로의 부재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비록 일반 기업과는 설립 목적이 다르다 하더라도 법인 정리 과정에서 출연 재산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면 누가 스스로 문을 닫겠는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18대 국회에서 대학 법인을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거나 잔여재산의 30%까지 설립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자동폐기된 전력도 있다. 정부 지원을 받았고 부정·비리로 얼룩졌으며 경영실패 책임까지 져야 할 재단에 잔여재산권까지 인정하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조만간 몰아닥칠 대학 구조조정 태풍을 생각하면 부분적 책임 때문에 모든 법인의 재산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 또한 심각한 사회적 낭비다. 퇴출되지 않는 부실 사학들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 대학 설립자가 물러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만 건전한 건학이념을 갖고 개인 재산을 출연해 제대로 된 대학을 경영할 신진 교육자도 생겨난다. 그런 점에서 잔여재산을 요양원 직업교육기관 등으로 전용해주는 방안은 충분히 차선의 대책은 된다고 본다. 교육은 반드시 성인군자가 해야 하는 사업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