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부터 관세율 0%
(2) 매장·AS센터 확장
(3) 유로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 상승
2013년 국내 판매 수입차 중 점유율 71%로 압도적 1위
현대차, BMW 미니 분석…20~30대 소비자 공략 집중
[ 정인설 / 최진석 기자 ]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인 서모씨는 요즘 고객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을 때가 많다. “독일 수입차는 할인을 많이 해주는데 현대차는 왜 깎아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씨는 “딜러 재량으로 차값을 최대 12%나 깎아주고 있는 BMW 등과 할인 경쟁을 할 수 없다”며 “연초 들어 수입차 업계가 공격적으로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독일차 수입업체들이 파상 공세를 통해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잘 팔리는 모델의 할인율을 두 자릿수로 높이고 고객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매장과 수리센터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지켜야 하는 현대·기아차는 수입차 업계의 물량 공세에 긴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독일차의 기세에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먼저 독일차는 한국·EU(유럽연합)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유럽차에 붙는 관세(1.6%)를 내지 않게 된다. BMW 등 독일차 수입업체들이 연초부터 파격할인에 나선 것은 국내 대기 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환율 움직임도 독일 수입차 업계 마케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연초에 달러와 유로 가치가 상승하고 있지만 2009년 이후 원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2009년 7월만 해도 원·유로 환율은 1800원대였지만 1월 말 기준 1400원대다. 세금을 빼고 단순히 계산하면 3만유로 하던 독일차는 2009년만 해도 5000만원 중반대였지만 지금은 4000만원 초반대로 팔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영업환경 변화를 십분 활용해 한국 시장 공략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게 독일차 업계의 전략이다.
독일차 수입업체들이 매장을 늘리는 것도 같은 영업력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 25개인 전시장을 연내 35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비스센터도 26개에서 33개로 늘린다. 지난 3년간 전시장 수를 갑절 가까이 늘린 아우디코리아는 올해엔 서비스센터를 20개에서 28개로 늘리며 수리 서비스센터 확대에 집중한다. BMW코리아도 수입차의 약점으로 꼽혀온 AS 개선에 나선다. 미니를 포함해 50개가량 있는 서비스센터를 연내에 69개로 대폭 늘린다.
국내 차업계가 독일차 마케팅에 긴장하는 건 독일차 구매자가 20~30대 젊은층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 안착에 성공한 미니의 DNA 해부’라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BMW 미니를 심층 분석했다. 영국의 ‘소박하고 실용적인 소형차’에서 대당 가격이 최고 60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로 도약한 요인을 분석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니’가 무게중심이 낮고 차체는 작고 단단해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가속이 가능해 ‘운전의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층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다”며 “미니가 단순한 자동차 이상의 ‘문화 아이콘’ 역할을 하는 것도 브랜드의 힘을 강력하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독일 업체들은 그동안 차값을 내리지 않고서도 국내 시장을 잠식해왔다”며 “올해는 가격 할인을 통해 국내 시장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중 독일차의 비중은 2010년 57.1%였지만 지난해 71.5%로 처음 70%대를 넘어섰다.
정인설/최진석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