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혁현 기자 ] 설 연휴로 잠시 쉰 주식시장에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추가 축소를 결정하면서 지난주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신흥국 금융 불안 우려가 다시 불거진 탓이다.
2일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다시 문을 열면 미국발 '여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 추가 축소 결정은 신흥국으로 분류된 한국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며 "증시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설 연휴 이후 국내 증시는 조정을 거칠 것" 이라며 "미국 국채금리, 달러화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가 휴식기를 가진 사이 글로벌 증시는 요동쳤다. 지난 주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0.94%, 0.65% 하락했다. 나스닥종합지수도 0.47% 떨어졌다. 유럽 증시는 물론 아시아 주요 증시도 뒷걸음질쳤다.
미국이 돈줄죄기를 지속하겠다고 밝히자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걱정이 커져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지난 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신흥국에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등 돌발변수가 산적해 있는 것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음달 초 예정된 중국 준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이전 중국 관련 리스크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은 셈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부채한도 협상 등 돌발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당분간 본격적인 반등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올 3월 이후 짓눌렸던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글로벌 시장에 풀어놓은 자금이 줄어드는 것에 글로벌 시장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며 "불확실성 요인이 해소되는 3월부터 국내 증시도 부담을 덜고,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은 "올 1분기 국내 증시는 지속적인 조정을 받을 것" 이라며 "일시적으로 악재가 불거져 주가가 밀리면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