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받은 설 선물세트 한우? 스팸?…'일등 세트' 지도 그려보니

입력 2014-01-30 09:00

[ 정현영 기자 ] '스마트 쇼퍼(Smart Shopper,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모바일기기로 쇼핑)' 시대에 맞은 새해 첫 대목 설에 가장 많이 팔린 선물세트는 무엇일까.

지난 한 달간 유통업계는 경기불황도 잊은 채 다양한 종류와 할인을 무기로 삼아 선물세트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매장까지 발벗고 모바일 고객 잡기에 나서 이번 승부에 시선이 쏠렸다.

유통채널마다 '효자 세트'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한우와 굴비 등 10만원 이상 고급 선물세트는 백화점에서 싹쓸이 했고, 대형마트의 경우 과일과 건해산물 판매를 독차지했다. 스팸과 참치캔 등 종합선물세트는 편의점이, 소셜커머스(전자상거래)에선 견과류 등 건강식품이 '효자 세트'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설 본판매를 시작한 지난 17일부터 열흘간 판매실적을 분석해 본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판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0만원대를 훌쩍 뛰어넘은 고가의 프리미엄 한우세트를 포함한 정육 매출은 전년보다 32% 성장했고, 실속형 정육세트 판매도 70% 이상 더 팔려 2010년 이후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신세계백화점의 효자 세트도 한우였다.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판매 수량으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한우 후레쉬 4호(13만원)로, 6200만개(약 8억 원)가 판매됐다. 판매금액 기준 1등 선물 세트도 한우 후레쉬 3호(25만원)로 4000개 이상 판매(10억 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에서는 과일과 건해산물 세트가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소고기의 경우 오히려 전년 대비 판매가 감소한 곳도 있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26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 증가세를 살펴본 결과, 지난 해에 비해 판매가 급증한 품목은 건해산물로 12% 이상 증가했다. 과일 세트 매출도 6.5% 늘어났다. 건해산물과 과일 세트는 전년보다 가장 판매가 늘어난 품목 1, 2위를 차지했다.

롯데마트는 다만 "소고기의 경우 설 명절에 임박해서는 냉동 선물세트를 구매해 배송하는 대신 냉장 선물세트를 구매해 가져가는 수요가 많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에는 '플러스'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마트 신선식품선물세트 중에서는 배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 설보다 63% 급증하며 왕좌 자리를 차지했다. 배 세트의 경우 한우에 내준 1위 판매 자리를 3년 만에 탈환한 것이다. 냉장 한우(2위) 사과(3위) 김(4위) 멸치(5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배 선물세트는 2011년까지 신선식품선물세트 부동의 1위였지만 2011년과 2012년 폭염과 태풍의 영향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매출이 매년 10% 이상 감소했었다.

홈플러스 내 판매 순위는 농산물(수삼 더덕 버섯 등) 품목과 곶감, 견과 등 건식 세트가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선 유통기한이 길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스팸, 참치캔 선물세트가 최고 매출(12월20일~1월26일 기준)을 기록했다. 햄과 카놀라유, 참치캔 등으로 함께 구성된 가공식품 중 5개 품목이 판매 10위권 안에 들었다.

BGF리테일이 운영중인 CU에서도 스팸과 참치 세트가 1, 2위(판매금액 기준)를 나란히 차지했다. 판매 수량 기준으로는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구성된 종합선물세트가 '일등 세트'로 이름을 올렸다.

스마트 쇼퍼가 주인공인 소셜커머스의 '일등 선물'은 견과세트가 차지했다. 티켓몬스터에 따르면 견과 세트는 이곳의 대량구매 추천관과 신선식품 설선물관 두 곳에서 잇따라 최고 매출액을 달성, 2관왕을 차지했다.

쿠팡에서도 견과세트, 쨈세트, 쿠키세트 등 가공식품 선물세트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쿠팡은 "맛과 품질을 검증 받은 가공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가 갈수록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