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놀란 척하는 정치권은 마케팅 어떻게 해왔나

입력 2014-01-29 19:38
수정 2014-01-30 03:42
카드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일파만파다. 금융당국이 수습책이라고 내놓은 게 3월까지 금융회사의 텔레마케팅(TM) 금지다. 그러자 전화영업 비중이 큰 외국계 보험사들은 공식 항의서한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극구 부인하지만 통상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통상마찰이 아니다. 최근 수습과정의 난맥상은 금융당국이 과연 해결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부작용은 따져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AI 살처분하듯 뭐든지 무조건 틀어막는 식이다. 급작스런 전화영업 금지가 10만명에 달하는 금융권 텔레마케터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을 예상하지 못 했다면 제정신으로 보기 어렵다. 뒤이어 내놓은 보완책이 텔레마케터의 해고 금지란다. 미봉책이 미봉책을 낳는 악순환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야 정치권에 있다. 국회 차원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기세등등하지만 정치권이 그럴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선거철마다 여론조사를 가장한 지지운동을 벌이고, 무더기 문자메시지를 발송해왔다. 이때 유권자의 유선전화, 휴대폰 번호는 과연 어디서 어떻게 입수했는가. 이미 유권자 정보가 불법 거래되고 있음을 확인케 하는 사건이 적지 않다. 2012년 4월 총선 직전 검찰에 적발된 업체는 유권자 1121만명의 개인정보를 연령·지역별로 세분화해 총선 후보자들에게 팔았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당원 220만명의 정보를 문자발송업체에 팔아넘겨 처벌받기도 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는 시·도지사, 지방의회의원, 시·도 교육감 등 여느 선거보다 훨씬 많은 후보자가 난립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불법으로 유출된 유권자 정보가 암암리에 유통될 개연성이 높다. 불법 유권자 정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입증 책임은 정치권 스스로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