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판매 예상 못 미쳐 주가 하락…삼성도 18분기 만에 감소
프리미엄폰 레드오션 진입
신흥시장으로 수요 이동
보급형폰 시장은 커질 듯
[ 심성미 기자 ]
삼성전자와 애플의 ‘호시절’이 끝나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실적이 연달아 시장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18분기(4년6개월) 만에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했고, 애플 판매량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모바일 시장을 양분해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폭락한 애플
애플이 27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2014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애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8.08% 하락했다. 이날 미국 나스닥 마감 후 발표한 애플의 실적과 2분기 전망치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애플의 4분기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매출은 576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당기순이익도 131억달러를 기록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 대수는 각각 5100만대와 2600만대로 사상 최대치였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6.7%와 13.5%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 판매 대수는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애초 전문가들은 애플이 실제 판매량(5100만대)보다 7.2% 많은 547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이 제시한 1분기 예상 실적 전망치도 실망스러웠다. 애플 측은 “올 1분기엔 매출 420억~440억달러를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중국 차이나모바일에 아이폰을 납품하기 시작한 것 등을 고려해 2분기 매출 전망치를 460억달러 수준으로 잡았다.
이처럼 시장의 예상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북미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예상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북미 시장에서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이폰5c의 부진도 한몫했다.
◆삼성, 18분기 만에 판매 감소
애플의 라이벌 삼성전자도 실적 악화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86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전 분기(8840만대)보다 2.7%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2009년 3분기 이후 18분기 만이다.
이에 따라 경영 실적도 좋지 않다.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사업을 맡고 있는 IM(정보기술·모바일)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5조47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18% 감소한 것이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18.2% 감소한 것도 IM 부문의 실적이 나빴던 영향이 컸다.
◆‘스마트폰 잔치’ 끝이 보인다
두 회사가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레드오션’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제 북미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 ‘스마트폰 살 사람은 다 샀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하드웨어가 고사양 평준화된 까닭도 있다. 새로 출시되는 폰의 사양이 비슷해지면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는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스마트폰 수요는 선진국에서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으로 이동하는 한편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의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 아이폰 시리즈 등 고가 스마트폰으로 돈을 벌었던 삼성과 애플의 매출과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태블릿PC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4000만대의 태블릿을 판매한 삼성전자는 올해 목표를 1억대로 대폭 늘려 잡았다. 애플도 태블릿인 ‘아이패드’ 시리즈를 앞세워 교육용 시장 등을 두드리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