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포함 올겨울 장기혹한 없을 듯
기상청 보수적 예보 성향, 오보 내기도
[ 강경민 기자 ]
올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전국적으로 7년 만에 가장 포근한 겨울이 찾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에 이어 다음달에도 장기 혹한은 없을 것으로 예상돼 이례적으로 포근한 겨울을 보낼 전망이다.
○1월 기온 7년 만에 영상권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73개 관측지점의 하루 평균기온(하루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의 중간치)은 영상 0.1도로, 최근 30년래 평년치(영하 0.8도)를 웃돌았다. 2007년 1월 평균기온이 영상 1.0도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계속 영하권에 머물렀던 겨울 기온이 7년 만에 영상권을 나타낸 것이다.
올 들어 서울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돈 날은 지난 9일(영하 10.4도)과 13일(영하 10.5도)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영하 10도 이하가 19일이었다.
기상청은 이에 대해 북극 해빙이 지난해처럼 많이 녹아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극 해빙이 많이 녹으면 북극 찬 공기의 남하를 막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한반도 등에 한파가 찾아온다. 한반도 동쪽 상공에 ‘블로킹(거대한 기단이 자리잡아 대기 흐름을 막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대기 흐름이 원활해지면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한반도에 오래 머물지 않아 추운 날씨가 이어지지 않는다.
기상청은 다음달까지 포근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설날인 31일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설 연휴기간엔 영상권 날씨가 이어진다는 예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겨울은 평년 수준으로 기온이 오르내리는 전형적인 삼한사온 날씨를 보이고 있다”며 “다음달에도 지난해 같은 장기 혹한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적 예보 성향이 오보 이유?
기상청은 지난달 ‘3개월 기상전망’을 발표하면서 1월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추운 날이 많아 기온이 평년보다 낮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보는 오보가 됐다. 지난 9일엔 강원 영동 등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리겠다고 예보했지만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일각에선 500억원에 달하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했음에도 오보가 지나치게 잦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슈퍼컴퓨터는 날씨 시나리오를 제시할 뿐 최종 예보는 예보관들의 몫이라는 게 기상청의 해명이다. 예를 들어 기온과 강수량, 기단 등 날씨 변수를 입력하면 슈퍼컴퓨터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어떤 결과를 선택할지는 4명의 수석예보관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이 경우 대부분 보수적인 시나리오가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기상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름철엔 비가 오는 쪽으로, 겨울철엔 눈이 내리거나 추운 방향의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올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것이라고 기상청이 오보를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기상청 고위 관계자는 “날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큰 상황에서 최종 예보를 선택할 때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예보관들의 고된 근무가 예보관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보관들은 10명으로 구성된 4개 팀으로 나눠 교대근무를 한다.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1주일씩 한 후 이틀 쉬는 방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