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 고쳐 4년 만에 우승 도전
[ 한은구 기자 ] 잊혀졌던 ‘골프 신동’ 미셸 위(25·나이키골프·사진)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위는 올 시즌 미국 LPGA투어 개막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올해 활약을 예고했다.
위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허리를 ‘기역자’ 모양으로 90도 굽혀 퍼트를 한다. 미국에서는 지면과 평행한 등을 보고 ‘테이블 자세’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허리를 굽히고 다리를 약간 구부렸으나 최근에는 양 다리를 쭉 펴서 크게 벌리는 자세로 약간 변형됐다. 위는 ‘ㄱ’자 퍼팅 자세로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돼온 퍼팅 실력을 향상시켰다. 위는 “키가 커 몸을 굽히면 그린 라인을 읽거나 스피드를 파악하기에 좋다”고 설명한다.
이는 기록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위는 2012년 평균 퍼트 수 31.16개로 투어 선수 가운데 119위를 했으나 지난해 29.88개를 기록, 53위로 도약했다. 시즌 퍼트 수가 20대로 들어선 것은 데뷔 첫해인 2009년 29.59개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퍼트가 잘 되면서 다른 요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위의 평균 스코어는 71.711타(36위)였다. 2012년 73.485타(92위)보다 1.774타를 줄였다. 대회(4라운드 기준)당 7타 이상을 줄였다는 얘기다.
특히 하반기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날 6언더파 66타를 몰아치며 공동 3위에 올랐다. 2011년 8월 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공동 2위를 기록한 이후 2년여 만에 ‘톱3’에 들었다. 지난주 끝난 시즌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2라운드에서는 8언더파를 기록하며 최종 공동 13위를 차지했다.
위는 어린 시절부터 ‘장타 소녀’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그 덕에 나이키로부터 100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는 후원 대박을 터뜨렸지만 온갖 비난도 떠안았다. 남자들과 성(性)대결을 벌일 때부터 곱지 않은 시선과 여론의 질책을 감수해야 했다. 그토록 존경해오던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으로부터 “미셸 위는 우리가 기대했던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쓴소리까지 들었다.
지난해에는 ‘ㄱ’자 퍼팅 자세에 대해 “끔찍해서 볼 수가 없다”는 동료 선수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양 다리를 끝까지 쭉 벌린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퍼트하는 모습을 미국 골프채널에 출연해 시연하는 여유도 보였다.
위는 지난 오프 시즌 때 연습 대신 봉사활동에 주력했다. 위는 “고향 하와이에서 300명이 넘는 노숙자에게 무료 급식을 하고 한 병원에서 아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