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보험급여 사각지대, 균등한 치료혜택 보장돼야

입력 2014-01-28 06:57
명의 칼럼 -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의료비 지출이 많은 중증질환에 대해 정부가 탄탄한 보험제도를 수립,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정적 문제로 인해 환자들과 진료 현장의 현실적인 요구까지는 적절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항암제와 같은 고가 치료제는 보험 급여가 되지 않으면 환자들에게 큰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악의 경우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암 중에서도 사망률 1위인 폐암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보험 급여와 복지부의 기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일부 치료제로 인해 적지 않은 불편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휴약기 없이 항암 치료제를 계속 투여하는 유지요법 사례를 들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진행성 폐암의 전형적인 치료 방법은 1차 항암화학요법을 4~6주기 실시한 후 경과를 지켜보다 병이 다시 진행되면 2차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항암 치료를 하지 않는 휴지기 동안의 질병 악화 및 이로 인한 2차 치료의 기회 감소 등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따라서 질병이 진행되기 전 부작용이 덜한 약제를 휴지기 없이 지속적으로 투여해 암 진행을 지연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유지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 개념이 도입됐다. 하지만 항암제에 따라 항암 치료 전에 비해 종양 크기가 확연히 줄어들거나 크기가 그대로인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음에도 특정 환자군에게만 제한적으로 보험 적용이 이뤄지고 있어 많은 폐암 환자가 생존 연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지요법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차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종양 반응 정도는 전반적인 생존 기간을 예측하는 대리 지표가 아니다. 유지요법은 선진국의 최신 임상 진료 지침에서도 대상 환자 제한 없이 권고하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 및 임상 진료 지침에 기반해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 대상 환자의 제한 없이 보험 급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유독 한국에서만 특정 환자군이 보험 급여 기준에서 제외됨으로써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함에 있어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가의 항암제라는 이유로 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 환자들이 병의 진행을 염려해 개인 부담으로 고가의 항암제를 투여받지만 시간이 가면서 더 이상 항암제를 투여받을 수 없는 사례가 허다하다. 당연히 환자가 겪는 정신적 좌절은 암 진단 이후 두 번째 사형선고가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재정적인 이유로 고가의 항암 치료를 급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면 현재의 5% 본인 부담률을 상향 조정, 보험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약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