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익사업 '흔들'
서부발전도 미얀마 발전소 사업 무산 위기
부채 줄이려 헐값에 넘기는것 아닌지 '논란'
[ 조미현 / 김홍열 / 주용석 기자 ]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알짜 해외자산 매물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부채 규모를 단기적으로 확 끌어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처분계획을 짜고 있는 실무자들 사이에선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많은 매물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 선뜻 내줬다가는 특혜시비도 불거질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동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끌어올려 놓은 해외자원개발 역량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금 챙기는 것은 좋지만 …
가스공사가 지분 매각 방침을 세운 모잠비크 탐사사업은 정부가 ‘금세기 최고의 가스전’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성공적인 사업이다. 2007년 탐사가 시작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10개 탐사정(井)에서 19억6000만t의 가스가 발견됐다. 가스공사는 모잠비크 사업 지분 10%를 확보하는 데 2012년 말 기준 총 1035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사업가치가 뛰어오르면서 지분가치는 2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도 세 번의 탐사가 남아 있어 이 사업 지분의 시장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뛸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지분 49%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호주 바이롱 광산도 2016년부터 30년 동안 고품질 유연탄을 연간 750만t씩 생산하도록 돼 있다. 한전은 이 광산 지분 100%를 419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가격으로만 받더라도 약 2000억원의 현금이 생긴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 바얀리소스 유연탄광산(20.0%)과 캐나다 크리이스트·워터배리 우라늄광산(12.5%, 16.0%) 지분 등 9개 사업 지분도 내놓기로 했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해외자원개발 자산을 국내 기업에 먼저 매각할 계획이다. 연기금과 기관투자가,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된 사모펀드도 인수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민간 부문의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서부발전 미얀마 사업 ‘삐걱’
하지만 애써 향상된 공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2008~2012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출자한 돈만 6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공기업들은 264억달러(약 29조원)를 투자했다. 그 결과 국내 공기업들은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석유공사의 경우 2007년 생산량 기준 세계 90위에서 2012년 72위로 뛰어올랐다.
때문에 이번 대규모 매각이 자칫 ‘소탐대실(小貪大失)’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원개발은 통상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실패 확률이 높긴 하지만 성공할 경우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창우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자원개발은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법칙이 적용되는 사업”이라며 “부채감축도 중요하지만 미래 에너지수급 사정을 감안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미 진행 중인 해외 사업이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현대건설 하나대투 등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2012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수주한 50만㎾ 규모 가스복합발전소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한 것. 37% 지분을 투자한 서부발전이 10% 미만으로 지분을 축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부발전이 지분을 줄이면 최대 800억원가량 추가로 돈을 댈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 지분율이 떨어지면 차입할 수 있는 규모도 줄어들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법무법인 관계자는 “지분을 사줄 다른 투자자를 물색 중”이라면서도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미현/김홍열/주용석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