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 김하나 기자 ]
서울 능동로에 사는 김모씨(70)는 남모를 고민이 있다. 소유하고 있는 중소형 빌딩이 낡은 데다 주변에 생겨난 풀옵션 원룸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계량기 동파 문제로 밤잠을 설쳤다. 주변에서는 은퇴 후에도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올릴 수 없는 월세에, 밤낮 없는 집안 관리에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애로사항은 김씨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입자인 임모씨(25)도 마찬가지다. 주방에서 물이 샌 적도 있고 화장실 하수구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괜히 트집 잡혔다가 월세를 올려 달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여자 혼자 살다 보니 이것저것 와서 해 달라고 하기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집주인인 김씨를 대신해 세입자를 구해주고 주택을 유지·관리해주는 업체가 있다면 한결 편해지지 않을까. 세입자인 임씨 입장에서도 편하게 집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 있다면 집주인의 눈치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달 7일부터 주택임대관리업법이 시행되면 김씨의 일을 대신해줄 주택임대관리업체가 생겨나게 된다.
○집주인, 귀찮은 임대주택 관리 맡겨 편리
정부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선택의 폭이 커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6일 “집주인이 직접 관리하거나 돈(수수료)을 주고 주택임대관리업체에 일을 맡길 수 있는 제도”라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을 구할 때 ‘관리가 잘되는 집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도 주택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하려는 준비가 한창이다. 시행사인 신영의 자회사 신영에셋을 비롯해 KT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와 일본의 다이와리빙이 합작한 KD리빙, 우리관리와 일본의 레오팔라스21이 손잡은 우리레오PMC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중대형 주거용 건물을 대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신영에셋은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에 올해 완공될 오피스텔 ‘강남지웰홈스’에 이런 관리모델을 적용할 예정이다. 입주 초기 1년간 최저 임대수익을 보장하고 위탁관리운영서비스를 통해 계약자와 입주자의 편의를 보장해준다는 계획이다. 김상용 신영에셋 차장은 “안정적인 운영수입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주변에 들어설 다른 오피스텔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기업형 임대관리업체들, 구체적 계획 마련
기존에 다가구, 다세대 등 중소형 주거용 건물을 관리하던 업체나 임대 정보를 제공하던 업체도 공인중개사들과 손잡고 주택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할 예정이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정확한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거래 특성에 따른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시행을 앞두고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증보험에 대한 비용 부담과 활성화를 위한 당근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런 약점은 임대관리업 중 자기관리형에 많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임대관리업은 공실이나 임대료 체납 위험(리스크)을 누가 떠안느냐에 따라 자기관리형과 위탁관리형으로 나뉜다. 위탁관리형은 1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관리하는 경우로 관리업자가 임대료를 받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고 집주인이 공실과 체납 리스크를 지게 된다. 자기관리형은 300가구 이상을 관리하는 관리업자다. 집주인에게 약정된 수익을 주는 대신 공실과 체납의 위험을 떠안게 되므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비용 부담이 크다보니 사업성에 위협을 받는다는 얘기다.
300가구라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299가구를 관리하면 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할 의무도 없고 보증보험에 가입할 이유도 없어서다. 비용 부담까지 떠안는 데다 혜택도 없는데 굳이 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할 필요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택임대관리업법은 현재 법제처가 심사를 진행 중인데, 위탁관리형과 자기관리형의 가구수 기준이 달라질 소지도 있다”며 “법이 도입되고 업계의 상황에 따라 세제 혜택 등의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