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디폴트…市場 버린 아르헨티나의 운명

입력 2014-01-26 20:28
수정 2014-01-27 04:30
아르헨티나가 2001년에 이어 또다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2003년 이후 연 8% 이상 고성장세가 2012년 1.9%로 급락하고,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20%나 폭락했다. 물가상승률은 정부 통계로는 연 10%대이지만 실제는 3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의 통계발표가 금지돼 있어 통계조작 의혹마저 제기된다. 작년 10월 CCC+로 떨어진 국가신용등급의 추가 하락도 시간문제다. 다른 신흥국들도 걱정이지만, 그동안 전력에 비춰볼 때 아르헨티나는 디폴트를 피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세계 5위권 경제대국이요, 스위스 스웨덴보다 잘 살아 ‘남미의 진주’로 불린 아르헨티나다. 세계인을 울렸던 만화영화 ‘엄마 찾아 삼만리’에서 마르코의 엄마가 일자리를 찾아간 나라이기도 하다. 40년 전(1974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이 559달러일 때 아르헨티나는 이미 5000달러를 넘었다. 한국의 28배에 달하는 국토, 목축 농업 등 천혜의 조건에다, 셰일가스는 미국보다도 매장량이 많다고 한다. 그런 나라가 여전히 소득 1만달러 수준에 그치고, 디폴트를 염려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르헨티나의 위기는 무엇보다 포퓰리즘의 원조격인 페론주의의 망령에 원인이 있다. 1946년 집권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은 소위 ‘정의주의’를 내걸고 대대적인 임금인상, 주요 산업 국유화, 외국자본 추방, 복지국가 건설 등을 밀어붙였다. 그 덕에 노동계와 빈곤층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고, 지금도 페론의 후계자를 자임해야만 당선이 가능한 정치풍토다. 그렇게 두 세대가 흐른 뒤 아르헨티나의 국가경쟁력과 경제자유지수는 100위권 안팎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는 잘못된 정치가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훼손하고, 시장경제에 역행하고, 당장의 인기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이 성행해서 잘된 나라는 없다. 7년째 2만달러 함정에 빠진 한국이 가야 할 길도 자명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르헨티나처럼 못 가서 안달 난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