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업 핵심역량은 '협업'…조직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 끌어내야

입력 2014-01-24 06:57
LGERI 경영노트 - 한상엽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yhan@lgeri.com >

'내 이득과 무관' 대부분 소극적
동료 도와주던 직원이 되레 '왕따'
시스템·제도에만 신경쓰다간 실패


“향후 기업의 경쟁 우위는 조직 안에 흩어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해내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 역량이 될 것이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유럽경영대학원)의 모튼 한센 교수의 말이다. 협업은 그 속성상 다른 조직이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따라서 더욱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협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기업들은 이미 조직 안에 협업이 자리잡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업이 쉽지는 않다. 협업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주로 제도나 시스템 측면을 중시한다.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지식경영이라는 것이 유행했을 때도 비슷한 접근법으로 시작했다가 실패한 기업이 많았다.

구성원들은 협업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협업을 위해 노력해도 자신에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이기도 하다. 프랭크 플린 미 스탠퍼드대 교수가 분석한 결과 적극적으로 타인을 돕는 사람들이 오히려 나쁜 고과를 받았다.

이는 평가보상 제도가 제로섬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엄격한 상대평가와 차별적 보상제도 아래에선 누군가 많은 보상을 받을 때 다른 누군가는 적은 보상을 받게 된다. 따라서 동료를 도와 더 좋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해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구성원들에게 자리잡으면 아예 동료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유혹도 받게 된다. 크레이그 파크스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다소 충격적인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공동 목표를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구성원이 주변 동료로부터 환영받기는커녕 ‘왕따’를 당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사람들은 ‘이타적인 구성원이 존재하면 자기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구성원들의 이 같은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세계적 디자인기업 아이디오(IDEO)에서 튜브라는 컬래버레이션 제도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참고할 만하다. 이들은 처음에 튜브를 구상할 때 이미 존재하던 온라인 협업 시스템 중 하나를 고르려고 했다. 하지만 검토 과정에서 시스템만으로는 협업을 촉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경우엔 시스템이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이후 아이디오는 고민을 시작했다. 구성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협업하는지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정보와 지혜를 나누려고 하는지도 생각했다. 여기에만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매주 목요일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무수한 수정을 거쳐 지금의 튜브가 완성됐다.

아이디오는 튜브 시스템이 없었던 시절에도 구성원 간 협업이 잘 되기로 유명한 회사였다. 구성원도 500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협업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 협업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상엽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yhan@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