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정정 불안 겹쳐…터키 중앙銀 2년만에 시장개입
[ 김동윤 기자 ] 터키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개시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와 정정 불안까지 겹친 탓이다.
23일(현지시간) 터키외환시장에서 터키 리라화 환율은 달러당 2.29리라까지 상승(리라화 가치 하락)했다.
터키 리라화는 지난 1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가족이 건설업체 비리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통화가치가 13%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터키 중앙은행은 2년 만에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고 정국 혼란이 이어져 개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도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페소화 환율은 지난 22일 달러당 7.14페소를 기록, 전날 대비 3.47% 급락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었던 2002년 이후 가장 크다.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9.5% 하락했다.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 루블화 환율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34루블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에 따른 외국자본 이탈, 러시아의 국제수지 흑자폭 감소 등이 루블화 가치 하락의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신흥국들은 테이퍼링에 따른 자금이탈 우려 때문에 통화가치 하락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경상수지 흑자를 내지 못하는 신흥국들은 연중 불안정한 모습을 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