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삼성전자 주가가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23일 다시 130만 원 아래로 미끄러졌다. 기대 이하의 4분기 실적과 함께 올해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만9000원(2.18%) 내린 129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UBS,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매도에 나서 지난 17일 이후 4거래일 만에 130만 원 선이 붕괴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4.6% 빠진 130만9000원을 나타냈다. 이어 7일 '어닝 쇼크' 수준의 4분기 잠정실적이 나온 뒤 120만 원 대로 내려앉았다. 이 회사는 지난 4분기에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8조3000억 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후 주가는 120만 원대 후반~130만 원대 초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잠정실적을 통해 4분기 영업이익이 8조 원 중반에 머물렀다는 걸 확인했지만 시장에선 올해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며 "투자자들의 관심은 차기 스마트폰인 갤럭시S5가 얼마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지에 쏠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정 실적이 나온 뒤에도 주가는 당분간 130만 원 선에서 등락할 것" 이라며 "뚜렷한 상승 동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회성 비용이 없어지더라도 올 1분기에 10조 원 대 영업이익을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 이라며 "상반기 중 나올 갤럭시S5가 어느 정도 성공느냐에 따라 주가 희비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외신들도 삼성전자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잇따라 쏟아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 '역풍에 직면한 삼성전자'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원화 강세와 미국 애플의 공세, 특허소송 부담 등을 이유로 꼽았다.
WSJ는 "경쟁사의 새로운 스마트폰이 연달아 출시되면서 평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원화 강세까지 겹쳐 삼성전자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며 "갤럭시S4의 뒤를 이을 신제품이 2분기 이후에나 판매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실적을 개선할만한 촉매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지 CNN머니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이 실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며 "대대적인 마케팅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