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혁현 기자 ] 동양증권이 1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잠재적 인수 후보에게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옵션'을 제시해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동양증권은 23일 법정관리 중인 대주주 동양인터내셔널(14.93%)과 동양레저(12.13%)가 보유하고 있는 동양증권 지분 27.06%(3377만주)를 매각하는 동시에 지분 인수자에게 7142만8571주를 새로 발행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낮은 가격에 추가 지분을 확보토록 해 안정적인 경영권과 함께 자본이익도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포석이다. 동양증권도 신규 자금 유입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투자자 변제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된다.
대주주 지분을 사들인 인수자가 인수 '권리'를 행사해 신주를 새로 받게되면 동양증권 지분율은 53.6%(1억520만주)로 높아진다.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 발행되는 주식가격은 주당 2100원으로 액면가(5000원)보다 58%, 전날 종가 2585원보다 18.76% 낮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동양증권의 성공적인 매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법원이 고심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주 발행 이후 1년간 보호예수 기간이 있어 물량 부담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 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양증권 측은 유상증자 옵션을 추가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제시한 만큼 잠재적 인수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동양증권 유력인수 후보로 대만 유안타증권이 거론된다.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KB금융과 롯데그룹은 인수전에 나설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다른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새마을금고도 지난해 MG신용정보(옛 한신평신용정보)를 사들였고, MG손해보험(그린손해보험)에 대한 재무적 투자를 진행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전국 새마을금고 1400개 회원사의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지난해 M&A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인 만큼 올해 대형 딜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매각 가격에 대한 적정성은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 인수 후보자들이 써 낼 대주주 지분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찰가가 현저히 낮아질 경우 법원이 유찰시킬 가능성도 있다.
백운 아이엠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잠재적인 증권사 매물이 많고,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 배상 금액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인수가가 얼마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동양증권은 이날 매각 주간사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통해 매각 공고를 냈다. 다음달 24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2월말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정기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안이 통과되면 4월 중 매각 절차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