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의원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 법안 발의 논란
[ 이호기 / 김병일 기자 ]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가지 않고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비싼 학비로 인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사람들이 변호사가 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로스쿨들은 “2017년 폐지되는 사법시험 제도를 다시 흔드는 것”이라며 “로스쿨 장학생을 늘리는 게 현실적”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사진)은 22일 ‘변호사 예비시험’을 도입하는 내용의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예비시험에 합격한 뒤 대체 법학교육기관에서 3년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주도록 했다. 시험과목은 헌법, 민법, 형법, 상법, 행정법, 형사소송법 및 민사소송법 등이며, 문제유형은 선택형과 기업형을 혼용할 수 있게 했다. 합격인원은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의 10%(200명)로 명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방송통신대 로스쿨’ ‘야간 로스쿨’ ‘사이버 로스쿨’ 등이 가능해질 것이란 게 박 의원 측 설명이다.
박 의원은 “미국도 로스쿨에 다닐 형편이 못 되는 사람을 위해 예비시험과 변호사 시험으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놓고 있다”며 “서민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사법시험 존치 등과 함께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개별 변호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개업변호사는 “가뜩이나 로스쿨 변호사들 때문에 죽을 맛인데 경쟁자들이 추가되면 어떻게 먹고살라는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로스쿨 측도 반대 입장이다. 신현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예비시험이 역사적 유물로 남아 있고, 일본에서는 예비시험 때문에 로스쿨제도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비시험에 투입될 예산을 어려운 여건에서 공부하고 있는 로스쿨생에게 지원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호기/김병일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