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재 기자 ] "할머니들, 살아남아서 진실을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일본의 위안부 문제 인정과 반성을 촉구하며 22년째 계속돼 온 '수요집회'를 해외 여성들이 찾았다. 낯선 얼굴의 주인공은 이화여대가 개설한 아시아·아프리카지역 여성 NGO활동가 교육프로그램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EGEP)' 수강생들이었다.
수요집회를 방문한 이들 제3세계 여성인권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위안부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인의 보편적 이슈"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가족계획협회 여성인권 활동가 크리스틴 씨는 "필리핀 역시 2차 세계대전 때 위안부 피해를 겪었다"며 "필리핀은 한국과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연대를 통해 위안부 이슈를 거듭 문제제기 하겠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온 린 씨는 "다른 나라에서 왔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도 않지만 인권 문제는 우리의 보편적이고 공통된 이슈"라고 언급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살아남아서 진실을 얘기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공동체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를 불러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했다. 응유엔 씨가 서툰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자 집회 참석자들이 따라 부르며 추위를 녹이는 모습도 연출됐다.
레바논에서 온 리마 씨도 "여성에 대한 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전세계 인권운동가들이 연대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다"며 "어린 학생들이 집회에 많이 참석해 아픈 역사를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EGEP 수강생들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서도 위안부 문제를 알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학교 관계자는 "EGEP 학생들의 수요집회 참석은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고 해외에서도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GEP는 세계 NGO 여성 활동가를 위해 이화여대가 도입한 단기집중 교육 프로그램. 저명인사 강연과 참가자들의 경험 공유, 국내 여성활동 현장을 방문하는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한경닷컴 김민재 기자 mjk11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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