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등록금 인상 대학은 '국가장학금' 예산지원 배제
미래부 산하 대학들 논리는 "등록금-예산지원 규모 비례"
[ 김봉구·김민재 기자 ] 서울대 등 주요대학들이 올해 등록금 동결 또는 소폭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가 대학에 배정하는 '국가장학금(II유형)' 지원을 못 받기 때문. 이런 가운데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올해 등록금을 인상해 주목된다.
서울대는 등록금을 내리고 KAIST는 올렸지만 셈법이 다를 뿐, 결론은 비슷하다. 정부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교육부 산하 일반 대학은 등록금을 내려야 국가장학금 예산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은 정부 예산으로 학생 등록금을 지원하므로, 등록금이 높아지면 그만큼 확보하는 예산 총량도 많아진다. 서울대는 교육부, KAIST는 미래부 산하 대학이다.
◆ 서울대 소폭인하 결정… 주요대학 동결·인하 뒤따를 듯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전날 2014학년도 등록금 0.25% 인하를 결정했다. 지방대 위주의 등록금 동결·인하 추세가 이어지던 차에 서울대도 인하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연세대도 이날 오후 총학생회 주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명목등록금 인하를 주장할 계획이다.
현재 등록금심의위원회 절차를 진행 중인 주요대학들도 등록금 인상은 어려운 분위기다.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요구도 있지만, 그보다는 국가 예산지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는 게 대학들의 속내다.
교육부가 제시한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은 3.8%(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1.5배 이내). 하지만 이와 별개로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 II유형 대상에서 배제된다. 교육부 대학장학과 관계자는 "신청 대학생 개인에게 주는 I유형과 달리 각 대학 등록금 인하 노력에 따라 배정하는 II유형의 특성상,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엔 국가장학금이 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남익현 기획처장은 "등록금을 0.25% 내리고 대신 학부 장학금 15억 원을 지원받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중앙대 장우근 예산기획팀장도 "등록금 심의과정을 진행 중이지만 올해 등록금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록금 심의 과정에서 인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술적 제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도 인상안을 내놨다가 소폭 인하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 KAIST '나홀로 인상'… "장학혜택 특수성 고려 필요성"
올해 등록금을 결정한 대학들 가운데 KAIST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등록금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초 2% 인상으로 결정됐다.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인상. '반값등록금' 논란 이후 최근 수년간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인하 추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KAIST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합쳐 한 학기 등록금 343만 원인데, 평점 2.7 이상 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이 지급돼 완전면제 효과를 갖는다"며 "2.7 미만 학생은 기성회비 169만 원을, 학사경고를 받는 극소수 학생만 등록금 전액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육부 소관인 대다수 일반 대학과 달리 미래부 산하란 차이점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주무부서 방침에 따라 정부 예산 확보 방법이 각각 등록금 인상과 인하로 나뉘었을 뿐이란 설명이다.
KAIST 관계자는 "정부가 학생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주기 때문에 등록금 예산이 늘어나야 결과적으로 정부 지원 예산도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며 "등록금을 올린다 해도 학생의 약 95%가 전액면제 받아 부담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점이 있어 학생들이 참여하는 심의위에서도 등록금 인상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도 했다.
한경닷컴 김봉구·김민재 기자 kbk9·mjk11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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