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태'로 태어난 KCB, '카드사태'로 몰락하나

입력 2014-01-21 21:09
수정 2014-01-22 03:43
영업인가 취소 등 검토


[ 김일규 기자 ]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설립된 개인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또 한 번의 ‘카드 사태’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라 정부 내에서는 KCB의 폐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 국민적 파장을 일으킨 정보유출 사태의 1차적 책임이 KCB에 있는 만큼 영업 인가 취소 등을 포함해 최고 수준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CB는 은행 보험 카드 캐피털사 등 19개 주요 금융사가 2005년 공동 설립한 회사다. 2003년 ‘카드 사태’의 원인 중 하나였던 ‘돌려막기’를 차단하기 위한 정보 공유 목적으로 설립됐다. 150여개 회원사의 고객 정보를 모아 4100만여명의 신용등급을 산출해 다시 회원사로 제공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 자산이 569억원, 자본금은 100억원이며 나이스평가정보와 업계 1, 2위를 다툰다.

이번 사태에서 카드사들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 주범은 컨설팅 나간 카드사에서 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한 KCB 직원이다. 직원에 대한 내부 통제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KCB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볼 수 있다.

KCB가 회원사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점도 존립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국민·농협·롯데 등 3개 카드사는 이번 사태로 발생한 직·간접적 비용을 KCB가 갚아줄 것을 요구하는 구상권 청구소송을 검토 중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