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다운 기자 ] 증권사들이 주식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대차거래 중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대차거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고는 2011년 말 16조원에서 2013년 말 33조까지 두배 이상 늘어났다. 대차거래 체결 주수도 같은 기간 25억주에서 44억주로 증가했다.
대차거래란 주식을 대여·차입하는 거래를 말한다. 공매도(숏) 투자에 이용된다. 투자자가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린 다음 주가가 하락할 경우 더 싼 값에 주식을 사서 갚음으로써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대차거래가 증가한 것은 2011년 12월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하면서 부터다.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이 본격적으로 롱숏 거래를 시작하면서 대차거래의 수요가 늘어났다. 여기에 기관과 일임계약을 맺은 투자자문사들도 가세했다.
이에 증권사들이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거래 중개 시장 개척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특히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자격이 있는 대형사들이 적극적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대차 집행 규모는 삼성증권이 1조2000억원, 우리투자증권이 1조원,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 KDB대우증권이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대차 거래시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들은 증권사를 통해 대차 물량을 확보하고, 증권사들은 자사 고객이나 예탁결제원을 통해 물량을 공급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아직까지는 대차거래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소형주의 경우 물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현재 국내 시스템에서는 중소형 종목까지 숏 커버를 하기 어렵다"며 "제대로 된 공매도(숏)를 하려면 필요한 시기에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숏을 칠 만한 종목은 뻔하고 펀드들은 많다보니 공급이 원할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증권사들도 대차거래 중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개인 고객들의 대차주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주식 대차거래 약정만 맺어도 고객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새로운 대차거래서비스를 시행했다. 개인 고객들의 주식을 대차거래에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에는 개인 고객은 대차거래 약정을 맺고 실제로 보유 주식이 수요자에게 대여되면 대여수수료를 지급받았지만, 대우증권은 대차거래 약정만 맺어도 연 0.02%의 대차약정수수료를 지급한다.
키움증권도 올 6월을 목표로 대차거래 중개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대형 증권사와 달리 중소형주에 특화된 시스템이 목표다.
대차거래 중개 시장은 증시 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규모가 크고 거래가 활발한 활발한 활발한 주식의 경우 수수료는 1~2%, 대차가 쉽지 않은 중소형주의 경우 5~10%까지 다양하다"고 밝혔다.
대차 수수료는 주식을 빌려준 개인 고객에게 지급되며, 중개를 해준 증권사도 0.3~1.0% 수준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개인들의 계좌에서 주식을 빌려주게 끔 활용하려는 증권사들이 많아졌다"며 "개인 고객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주식을 팔고 싶을 때에는 언제든지 팔 수 있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