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역차별에…해외ETF '직구족'만 늘어

입력 2014-01-20 21:44
수정 2014-01-21 03:56
1억 벌었다면 稅 200만원 차이

해외 ETF 직접투자자, 양도세 22% 내면 분리과세
국내상장된 해외ETF는 매매때마다 배당소득세 내고 연말 종합소득세 대상 포함
불합리한 체계 국내운용사 불만


[ 황정수 기자 ]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직접 거래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반면 한국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는 국내 상장 해외 ETF 판매는 정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 해외 ETF 매매수익에 대해선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항목에도 들어가지만, 해외 ETF 직접 투자는 양도소득세(22%)만 내면 분리과세가 적용돼 고액자산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해외 ETF 직접 투자 2조원 돌파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3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ETF 직접투자 거래대금(2조1000억원)은 처음으로 2조원을 넘기며 2012년 대비 약 50% 늘어났다. 작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 중 6개가 ETF였다. 블랙록자산운용의 ‘아이셰어즈 코어 S&P500’은 작년에 총 4162억원이 거래됐고 유럽 호주 극동아시아 대표주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트러스트 MSCI EAFE’의 거래대금은 3293억원이었다. ‘차이나AMC CSI300’(2361억원) ‘SPDR S&P MC 400’(1121억원)도 활발하게 거래됐다.

이에 비해 국내 상장 해외 ETF는 정체기를 맞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2년과 비교가 가능한 9개 ETF의 2013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8억9000만원으로 2012년(40억원) 대비 2.75% 줄었다. 다만 2013년 1월 상장된 ‘KODEX 차이나 A50’(하루 평균 39억원 거래)이 선전해 전체 시장 규모는 커졌다.

○해외 ETF 직접투자는 분리과세

해외 ETF 직접투자와 국내 상장 해외 ETF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세금 때문이다.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ETF의 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22%)가 부과되지만 연말 금융종합과세 대상에선 빠진다. 과세대상 수익은 1년 총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3월에 1000만원 수익을 내고 9월에 1000만원 손실을 봤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국내 상장 해외 ETF엔 해외 ETF 직접투자와 달리 매매할 때마다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된다. 더 큰 약점은 분리과세가 되지 않고 연말 금융종합소득과세 항목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봉 2억원에 금융 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자산가가 국내 상장 해외 ETF에 돈을 넣어 1000만원을 벌었을 경우 이에 대해 매매 당시 내는 배당소득세 외에 연말에 418만원(38%+지방소득세 3.8%)을 내야 한다. 반면 해외 ETF에 직접 투자하면 양도소득세 220만원만 내면 된다. 물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닌 일반투자자는 해외 ETF 직접투자가 국내 상장 해외 ETF투자보다 세금 측면에서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선 “차별적인 과세 체계”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자산운용사 상품에 불이익을 주는 차별적이고 불합리한 과세체계 때문에 ETF 고액 투자자의 돈이 해외 자산운용사로 흘러가고 있다”며 “정부가 국부 유출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