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로 다가오는 인도 비즈니스
10년후 세계최대시장 선점 전략 짜야
오영호 < KOTRA 사장 youngho5@kotra.or.kr >
오래전에 영화 ‘인도로 가는 길’을 보았다. 줄거리는 잊었지만 몇 개의 장면이 기억에 선명하다. 서양인과 대비되는 인도인들의 정서와 가치를 아름다운 자연과 고대 문화유적 등을 배경으로 그린 영화다.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은 문화적인 차이와 이질감을, 오래된 문명과 신비로운 자연은 동경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래된 영화지만 인도를 이해하려면 한번쯤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인도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인도에 다녀왔다. 매번 그렇지만 영화에서처럼 멀고 낯선 세계를 여행한 듯하다. 인도인들은 10개의 아바타(화신)로 탄생해 세계를 유지시켜 준다는 비슈누(Vishnu)신을 각별히 사랑하며 숭배한다. 이런 정서는 천의 얼굴로 다가오는 인도를 대변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런 다면성은 기회이자 위험요소다. 그래서 힘들겠지만 기회를 살려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10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 그때쯤 인도는 인구에서 중국을 앞지르는 세계 최대 시장이 되는데,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시장을 선점할 수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인도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양국 정상회담의 성과로 그동안 낮은 관세철폐율로 지적받아온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보완하고, 현지 투자 진출의 환경 개선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두 나라 국민이 서로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신뢰를 다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렇다면 첫 단추를 어떻게 꿸까.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IT 분야와 이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 개발부터 접근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정상회담 기간에 열린 ‘한·인도 IT 엑스포’와 ‘한·인도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파트너링 플라자’가 의미있다. 특히 IT 분야는 한국이 하드웨어에, 인도가 소프트웨어에 강하므로 이번 행사를 계기로 창의적인 협력모델이 다수 발굴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기업과 인도 바이어 140여곳이 참가해 구매 상담을 벌였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방문해 큰 관심을 보이면서 격려했다.
대통령의 방문 효과일까. 현장에서 우리 기업과 인도 바이어 간에 값진 계약이 성사되기도 했다. 즉석 기념촬영을 했는데, 대통령도 양국 업체도 모두 함박웃음이다. 이렇게 밝게 웃는 양국의 미래는 어떻게 가능할까. 그 얘기는 다음주 이 지면에.
오영호 < KOTRA 사장 youngho5@kotr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