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주 / 하수정 기자 ]
사법연수원 수료생의 취업률이 3년 연속 50%를 밑돌았다. 법조계도 취업난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의사, 변호사와 함께 3대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혔던 공인회계사(CPA)도 신규 회계사의 80% 이상을 채용해 온 4대 회계법인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취업 한파’를 맞고 있다.
○“3년 연속 취업률 40%대”
20일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군복무 예정자 179명을 제외한 43기 취업 대상 연수생 607명 가운데 284명(46.8%)만 수료 후 직장을 찾았다. 수료일 기준으로 연수생의 취업률이 50%를 밑돈 것은 2012년 41기 수료생 이후 3년 연속이다.
2005년 60%대였던 사법연수생 취업률이 2009년 50%대로 처음 떨어졌고 2012년 역대 최저 기록인 40.9%를 기록하면서 40%대로 내려간 이래 3년 연속 40%대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수료생의 취업은 변호사가 1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107명이 법무법인을 선택했다. 다음은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 46명(지원 기준) △검사 40명(지원 기준) △공공기관 32명 △일반기업 24명 등 순이었다. 대기업 사내변호사 등 일반기업을 택한 수료생은 △2010년 11명 △2011년 18명 △2012년 14명 △2013년 16명 등이었으나 이번에 스무 명을 훌쩍 넘어 눈길을 끌었다.
작년의 경우 수료 7개월이 지난 8월 말에는 취업률이 98%에 달했지만 본인의 희망직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이날 수료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보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대처하면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석을 차지해 대법원장상을 받은 이준상 씨(24)를 비롯해 민일영 대법관의 아들 민경호 씨 등 법조인 자녀 21명을 포함한 43기 786명은 이날 연수원을 수료했다.
○“CPA=취업은 옛말”
공인회계사 취업시장의 ‘취업률 100%’ 신화도 이미 옛말이 됐다. 삼일PwC,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은 실적 악화로 2012년 대비 24% 줄어든 CPA 650명만 지난해 신규 채용했다.
회계시장은 경기 불황과 수수료 경쟁으로 위축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규 CPA가 매년 1000명 가까이 배출되면서 ‘인력 공급 과잉’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CPA가 늘어나다 보니 금융사 기업 등도 CPA에 대한 채용가산점을 줄이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CPA에게 높은 가산점을 주고 채용했지만 요즘에는 서류 전형에서 몇 점 더 줄 뿐 단지 CPA란 이유로 당락이 좌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입지가 좁아지기는 경력 CPA도 마찬가지다. ‘회계법인의 꽃’이라 불리는 주주 임원(파트너)이 되는 기간이 길어졌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보통 CPA 경력 12~14년 정도면 파트너가 되는데 최근 15년차 이상 CPA 중 파트너를 달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김선주/하수정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