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보단 값싼 연료 우선"…유럽 석탄수입 30%이상 급증

입력 2014-01-20 21:16
수정 2014-01-21 03:48
글로벌 이슈 - 수요 여전히 탄탄…석탄의 재발견

신흥국 화력발전용 수요 증가…"중국만으로도 시장 더 확대"
獨 석탄 발전량 90년 이후 최대…英 2012년 사용량 40% 급증


[ 김보라 기자 ]
“산업혁명 시대의 유물이다.” vs “앞으로 30년 이상은 끄떡없는 산업용 연료다.”

산업혁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석탄의 미래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미국 석탄 생산업체 제임스리버콜은 지난해 직원의 25%를 해고했다.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때부터 석탄 채굴업을 해온 미 콘솔에너지는 지난해 애팔래치아산맥의 석탄 광산 다섯 곳을 팔았다.

산업용 필수 자원인 석탄은 1990년대를 지나면서 ‘더러운 연료’로 낙인 찍혔다. 국제사회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탄소배출량 감축을 요구했다. 최근 풍부한 매장량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셰일가스(퇴적암층에 묻힌 메탄) 붐은 석탄의 전망을 더 어둡게 했다. 일각에서 ‘석탄 시대의 종말’을 말하게 된 까닭이다.

이 같은 ‘석탄 종말론자’들이 씁쓸한 표정을 지을 만한 뉴스가 최근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적어도 30년 이상 석탄이 소중한 자원으로서의 입지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해 석탄을 사용한 독일의 전기 생산량이 199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신흥국, 여전히 값싼 화력발전 선호

EIA 집계에 따르면 2012년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의 48.3%는 석탄, 19.0%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했다. 원자력발전 비중은 21.3%였다. 나머지 10% 안팎을 태양열, 조력발전 등이 차지했다. 독일은 지난해 석탄의 한 종류인 갈탄으로 전기 1620억㎾를 생산했다.

산업발전 단계에 진입한 신흥국의 석탄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은 태양열이나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보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들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력 생산 수단이다.

에너지 자원 분석업체 우드맥킨지는 “2020년이 되면 석탄이 원유를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중국 수요만으로도 석탄시장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 배출량 제한 등 환경 규제가 지금보다 완화될 경우 현재 연간 50억t 수준인 세계 석탄 수요가 2035년 60억t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할 경우 석탄 수요는 연간 33억t으로 줄어들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석탄 수요↑

유럽 등 선진국 재정위기도 최근 석탄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친환경·대체에너지 개발로 줄어들었던 석탄 수요는 2011년부터 3년째 증가 추세다. 최악의 경제난을 겪으면서 환경보호보다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유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미국보다 세 배가량 비싸다. 영국은 2012년 한 해 동안 석탄 사용량이 전년대비 약 40% 급증하기도 했다. 독일도 갈탄 사용량이 천연가스 발전량의 약 세 배에 이른다. 유럽의 석탄 사용량은 최근 5년간 해마다 3~6%가량 증가했다.

미국은 셰일가스 붐이 일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내려가고 석탄 수요는 급감했다. 이 때문에 미 석탄업자들은 유럽에 석탄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미국 석탄 수출량 중 절반 이상은 유럽으로 가고 있다. 유럽의 2012년 석탄 수입량은 전년보다 32% 늘었다. 돈줄이 마른 유럽 발전소들이 앞다퉈 값싼 석탄을 사들이면서 석탄 수요가 2년 연속 늘어났다. 안소피 코르보 IEA 애널리스트는 “유럽은 천연가스의 암흑기, 석탄은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