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여행 가이드들 "임금 올려달라" 파업
[ 김명상 기자 ] TV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통해 소개되면서 최근 여행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만의 현지 가이드(안내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의 여행사와 계약한 랜드사(현지 여행사)를 통해 20일까지 원하는 수준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대만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업무가 크게 늘어난 데다 상품가가 예년에 비해 20~30% 정도 올랐지만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쇼핑과 옵션 유무에 따라 다르지만 이들은 현재 7500타이완달러(약 26만원)인 4일 일정의 임금을 1만2000타이완달러(42만원)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1월 대만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30만7000명. 2013년 전체 수요는 약 35만명으로 추산된다. 2012년의 26만명보다 35%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급증하는 대만 여행객에 비해 자격증을 가진 가이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대만의 가이드 자격증 소지자는 300명 수준이지만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대만 랜드사 관계자는 “한 단체를 공항에서 보내고 한두 시간 후에 곧바로 또다른 관광객을 맞이하는 일이 흔하다. 피로가 누적돼 링거를 맞으며 일하는 가이드까지 있을 정도”라고 고충을 호소했다. 그는 “상품가가 예전보다 올랐으나 항공료와 호텔 객실료가 오른 것이지 임금 인상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일은 많은데 대가는 적다 보니 아예 그만두겠다는 가이드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사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대개 임금을 올려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대만 여행상품가가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예약한 여행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받기는 어려워 실질적인 가격인상분은 2월 이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3월 이후 비수기에는 상품가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해 다른 국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에 가이드를 충원하기도 쉽지 않다.
대만관광청은 “가이드 반발의 발단은 지난해 대만여행객이 전년보다 70%나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임금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가이드 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