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전망
기업 설비투자도 늘어나…美 경제성장률 2.9% 전망
Fed, 연내 채권매입 끝내고 당분간 제로금리 유지할 것
[ 뉴욕=유창재 기자 ]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란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면서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동시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최적의 상태를 말한다. 뉴욕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여러 요인이 해소되면서 성장률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율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목표치인 2%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
빈센트 라인하트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이선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글로벌경제연구소 대표는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과의 브리핑에서 “올해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 전망은 밝다”고 내다봤다. 다만 신흥국 경제는 Fed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 영향으로 상당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재활치료 끝낸 미국 경제
해리스 대표는 올해 미국 경제를 좋게 보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금융위기가 남긴 후유증에 대한 ‘재활치료’가 끝났다는 것. 실제 위기 이후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주택시장은 1년 반 전부터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몇 년간 신규 주택건설이 이뤄지지 않아 공급 과잉도 해소됐다. 은행들도 자본건전성을 회복해 다시 대출을 늘리면서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둘째는 외부 충격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됐다는 것이 좋은 뉴스다.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유럽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공화당이 ‘벼랑 끝 전술’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호재로 꼽았다. 공화당 내 온건파가 힘을 얻으면서 적어도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는 재정절벽이나 셧다운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해리스 대표의 진단이다.
라인하트는 기업 설비투자가 올해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극심한 금융위기에 따른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끝나가고 주식 및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부가 늘면서 기업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하트는 “앞으로도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적극 나설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지난해 2.8%였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9% 정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의 “매우 느린 출구전략”
두 이코노미스트는 모두 Fed가 올해 안에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리스 대표는 “매달 FOMC 회의 때마다 채권 매입 규모를 100억달러씩 줄여 올해 4분기에는 채권 매입이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하지만 테이퍼링이 긴축이 아니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을 높이는 양적완화 효과보다 자산가격 왜곡 등 부작용이 더 커지면서 테이퍼링에 나섰지만, 제로금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첫째 인플레이션율이 너무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는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치는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리스 대표는 “달러 강세, 상품가격 하락 등으로 수입물가가 낮게 유지돼 당분간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라인하트는 “우리의 전망대로 미국 경제가 성장한다면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는 매달 평균 20만개 정도 생기고 실업률은 아주 조금 떨어질 것”이라며 “경제가 성장할 여지, 즉 유휴경제력(slack)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Fed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구조개혁 안 하면 큰 위기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신흥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Fed가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제어하고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신흥시장에 좋은 환경을 제공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
라인하트는 “신흥시장 각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그동안 저금리 시기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제 구조를 잘 개혁해 놓은 국가에는 미국 경제의 성장이 호재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국가에는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