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버핏 뛰어넘은 제자 '3T'

입력 2014-01-19 20:41
버핏 '인재등용 귀재'로

깜짝 발탁한 무명 콤브·웨슐러, 2013년 투자성적 스승 앞질러
후계 놓고 치열한 경쟁 예고


[ 김보라 기자 ]
‘투자의 귀재’에서 ‘인재 등용의 귀재’로.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83)의 인재 등용술이 화제다. 몇 년 전 깜짝 선발한 무명의 펀드매니저 두 명의 지난해 투자 성적이 버핏 회장을 앞지르면서다. 이들이 운용한 자산 수익률은 투자 종목별로 적게는 34%에서 많게는 64%로,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 클래스A주의 지난해 실적(30%)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상승률(32%)도 웃도는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마하의 현인이 키운 제자들이 스승을 제패하는 ‘대박’을 터뜨리고 있어 후계 구도의 변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버핏 회장의 성적을 앞질러 월가를 놀라게 한 두 명의 펀드매니저는 토드 콤브(42)와 테드 웨슐러(52). 콤브와 웨슐러는 2~3년 전까지 무명의 펀드매니저였다. 콤브는 4억달러 규모의 코네티컷헤지펀드를 운용하다 2011년 벅셔해서웨이에 합류했다.

웨슐러는 2010년과 2011년 자선경매인 ‘버핏과의 점심’에 2년 연속 최고 가격(262만6311달러, 262만6411달러)을 써내면서 버핏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2012년 벅셔해서웨이에 합류하기 전까지 버지니아주에서 20억달러의 헤지펀드 회사인 페닌슐라캐피털어드바이저를 이끌었다. WSJ는 “웨슐러는 버핏처럼 단타매매보다 장기 가치투자를 선호하고, 대규모 인력을 거느리기보다는 검소하게 사무실을 꾸린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고 전했다.

버핏 회장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차지하는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웰스파고 IBM 등 ‘빅4’에 집중하는 동안 이들은 소형주에 주목했다. 이들이 투자한 위성방송 업체 디렉TV의 주가는 지난해 34% 올랐고, 마스타카드와 비자카드 주가는 각각 64%, 43% 상승했다.

버핏 회장의 탁월한 용병술이 화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미모의 29세 여성인 트레이시 브릿이 버핏 후계그룹 경쟁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바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사 출신인 브릿은 입사 4년 만에 회사의 핵심 인물로 떠올라 현재 4개 계열사 회장 및 버핏의 최측근 임원직을 맡고 있다.

버핏 회장은 벅셔해서웨이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물로 ‘3T’를 꼽는다. 3T는 토드 콤브, 테드 웨슐러, 트레이시 브릿의 이름 앞글자를 딴 말이다. 버핏 회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3T는 단지 우량주를 고르는 것 이상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이 운용할 자산 규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