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뛰는데…격화되는 '지방선거 룰' 싸움

입력 2014-01-19 20:33
수정 2014-01-20 03:58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 2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새누리, 22일 의총서 '정당공천 유지' 공식화
민주 이어 安측 "공약 파기는 정치훼손" 공세


[ 이정호 기자 ]
6·4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일(2월4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초의원·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선거 출마에 나설 선수들은 이미 운동장을 뛰고 있는데 경기의 핵심적인 ‘룰’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의 이해 관계가 서로 엇갈리면서 이견 조율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지난 8일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개특위는 이달 31일 활동시한 종료를 앞두고 소위원회(21, 23일)와 한 차례 전체회의(28일)를 추가로 개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는 물론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 투표시간 연장 및 선거참여 연령 하향 조정 등 선거개혁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결론을 낼지는 미지수다. 여야는 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다음달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당공천제에 대한 여야 입장차가 명확해 정개특위 논의를 연장해도 양쪽 의견이 계속 평행선만 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는 위헌소지가 있다며 ‘정당공천제 유지’를 공식화하고 그 대안으로 상향식 공천제인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이런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19일 “지방선거의 중앙 예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했지만, 공약실천을 위해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무검증 후보들의 난립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국회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과의 약속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관철시킨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대변인은 “새누리당 주장과 달리 정당공천 폐지는 위헌이 아니며, 국민은 정당공천 폐지의 약속 파기 책임을 준엄하게 물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공약 파기 시도는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다는 자기 고백”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은 공천폐지 무력화 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집권당이 된 새누리당의 입장 번복은 스스로의 자기부정이고 정치의 훼손”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지금 정개특위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기득권 정치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어 국민 입장에서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정개특위의 즉각 해산과 전면 재구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