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거부하고 반년간 병원에서 자유롭게 생활한 폭행범

입력 2014-01-19 17:20
수정 2014-01-19 18:05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50대 남성이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에 입원한 채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반년 동안 자유롭게 생활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이 피고인의 소재지를 파악하고도 신병 확보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19일 서울북부지법과 경찰에 따르면 최모씨(54)는 지난해 7월 술에 취한 상태로 한국마사회 강북지점에 들어가려다 보안직원과 몸싸움을 벌였다. 현장에서 체포된 최씨는 사건 당일 7시간의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났지만 다음날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최씨는 공판에 일절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최씨가 다섯 번이나 공판에 나타나지 않는 동안 수차례 구금·구인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경찰은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최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경찰은 최씨의 동생으로부터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해당 병원을 찾았지만 허탕을 쳤고 “최씨가 외출 중이라 찾을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 병원 관계자는 “최씨가 외출하는 경우는 있지만 밤에는 병원에서 잠을 잤다”고 말했다.



경찰이 최씨 구인에 더 노력했다면 그가 반년간 법질서를 비웃으며 재판을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은 지난 6일 구인장을 발부했고 최씨는 17일 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가뜩이나 업무 부담이 큰데 ‘가욋일’인 구인 업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을 수차례 찾아갔지만 수배자는 그때마다 외출 중이었다”며 “수사 업무가 아닌 구인·호송 등의 업무만 하루에 10건 이상 들어와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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