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5남매는 똑똑했다'

입력 2014-01-17 21:29
경북 영주 출신 5남매 모두 서울사대부고 동문… 후배 '줄빠따'치다 무기정학도


[ 이상은 기자 ]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권오준 포스코 사장(64)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5남매 중 셋째다. 5남매 모두 서울사대부고 출신이다.

17일 포스코에 따르면 5남매는 모두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 사대부고를 나왔다. 첫째인 누나부터 셋째인 권 내정자까지는 시험을 봐서 서울사대부고에 들어갔다. 홍보 전문가인 막내 권오용 효성그룹 고문(59)과 바로 위 형은 서울 사대부중에서 곧바로 진학하는 제도(동계진학)를 통해 서울사대부고에 입학했다.

맨 위인 권원주 씨는 1961년 서울 사대부고에 진학한 16회 졸업생이다. 경북 영주여중에서 가장 뛰어난 재원으로 꼽혔다. 이후 둘째 권오성 씨(18회·무역업), 셋째 권 내정자(20회), 넷째 권오진 씨(24회·의사), 막내 권 고문(26회)이 2~4년 시차를 두고 차례로 서울사대부고에 들어갔다.

SK 사장으로 근무하다 최근 효성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권 고문은 “둘째 형인 권 내정자는 공부는 잘했지만 서울사대부고 재학 중 무기정학을 당해 5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별’을 달았다”고 전했다. 권 고문은 “둘째 형은 반에서는 수석, 학교 전체에선 3등을 할 정도로 실력이 좋았지만 1년 후배들에게 단체기합을 준 것이 드러나 징계를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른바 ‘줄빠따’를 때렸다가 징계를 받았다는 것이다. 영국 신사처럼 행동하는 권 내정자의 요즘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학창 시절의 추억인 셈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시험점수가 제일 좋아 담임선생님이 반장을 시키려 했지만 스스로 ‘촌놈이 반장이라니 도저히 할 자신이 없다’며 포기한 일화도 있다고 한다. 스스로 몸을 낮추면서도 항상 소신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지인들은 권 내정자가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포스코를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섯 남매가 모두 서울로 진학했지만 집안이 넉넉했던 것은 아니다. 권 고문은 “당시 영주에서 서울로 오려면 중앙선 기차로 거의 하루 종일 걸렸지만 큰 도시에서 아이들을 교육시켜야겠다는 부모님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전했다. 그는 “상경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어머니는 서울에서 스테인리스 식기를 잔뜩 사 고향에 돌아가 팔곤 했으며, 돼지나 닭을 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서울 사대부고는 이 같은 가족의 학교 사랑을 높이 평가해 막내 권 고문이 졸업하던 해인 1974년 특별 감사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권 내정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경영자로서의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앞으로 (경험을) 닦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