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한국거래소 민영화의 당위성 논의할때 됐다

입력 2014-01-17 14:36
이철환 단국대 교수 겸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이 기사는 1월17일(11:3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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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한국거래소 민영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거래소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사실 거래소로서는 이 문제를 거론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당사자인 한국거래소는 그동안 방만경영의 대명사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와 언강생심 민영화 이야기를 꺼내기가 민망했을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괘씸죄에 걸려 오히려 민영화가 더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소의 민영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하고도 중대한 과제이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중추적 기관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상징적 기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자본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가 자본주의의 상징적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한국거래소는 원래 민영화되어 있던 기관이다. 그런데 2009년 공공기관으로 편입시켰다. 당시 편입시킨 이유는 명쾌하지 않았다. 대외명분상 방만경영과 독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독점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오던 것으로 갑자기 불거진 것은 아니었다. 방만경영 문제 또한 설득력이 부족했다. 오히려 방만경영 문제를 해소하기위해서는 공공기관을 민영화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정부 또한 공기업 민영화의 가장 큰 이유로 방만경영 해소를 들고 있다. 즉,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주주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소유와 지배구조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거래소의 경우는 거꾸로 갔다. 방만경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멀쩡한 민간기업을 공공기관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이제는 민영화를 위한 법적 걸림돌도 없어진 상태다. 작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복수거래소 설립이 허용돼 공공기관 지정의 근거가 됐던 독점 문제는 해소됐다. 과다부채 문제가 지적된 여타 공공기관과 달리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더욱이 거래소는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돼도 「자본시장법」에 의거 각종 규정의 제· 개정 및 인건비와 인사, 복지 등은 여전히 금융위원회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거래소가 민영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의 유수 거래소들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중장기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합종연횡(M&A)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매년 실시되는 경영평가에서 좀 더 높은 등급을 받기위해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자연히 세계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간 십 수 년 동안 세계최대의 거래량을 자랑해 왔던 우리 파생상품시장이 이제는 10위권 이하로 밀려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변방의 이름 없는 거래소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업구조도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경직적이다. 매매 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75%에 달하고 있다. 한시바삐 선진국형으로 수익을 다각화하지 않을 경우 수익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이와 함께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되어 있는 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슬로바키아 한 나라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외국투자가들은 한국을 자본거래 면에서 통제를 심하게 하는 나라로 낙인을 찍고 있다. 그 결과 저명한 국제자본시장 평가기관인 MSCI는 아직도 우리나라를 선진국시장이 아닌 개발도상국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외국의 기관투자가, 소위 큰손들이 우리 자본시장에 투자를 주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거래소에 주어진 과제는 너무나 많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투자자금을 원활히 조달하도록 국내외 투자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특히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작년에 새로 발족시킨 코넥스시장을 한시바삐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아울러 위기에 빠진 파생시장을 다시 세계 제일의 시장으로 원상복구시켜야 한다. 또한 조만간 개설예정인 금현물시장과 내년에 예정되어 있는 탄소배출권시장의 개설이 차질없이 진행되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단기적인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거래소가 세계시장과 투자가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또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미래적 과제에도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소가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에서 탈피하여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는 글로벌 거래소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민영화시켜야 할 것이다. 아니 원래 위치해 있던 자리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나아가 기업공개(IPO)도 서둘러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거래소가 방만경영과 질 낮은 서비스라는 오명을 벗고 정상적인 경영과 서비스 품격을 높이기 위한 환골탈태의 노력을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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