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애니팡2, 표절 논란…카카오는 전혀 몰랐다?

입력 2014-01-17 10:58
[ 김효진 기자 ] '국민 게임'이 '모방 게임'으로 전락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애니팡 후속작이 출시되자마자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이용자들도 이구동성으로 "표절"을 외쳤다. 전 세계 '캔디 신화'를 일으킨 '캔디크러쉬사가'를 그대로 베꼈다는 지적이다.

'애니팡2'는 '캔디크러쉬짜가', '애니크러쉬사가'란 별칭까지 얻었다. 개발사 선데이토즈는 '애니팡2' 출시 당일 시가총액 67억원을 날리며 인정하지 않은 양심값을 지불했다.

그런데 미심쩍은 부분은 더 있다. '애니팡2' 통로인 '카카오 게임하기'에는 이미 '캔디크러쉬사가'가 서비스 중이라는 사실이다.

17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 게임하기'에는 높은 매출이 예상되는 게임을 가진 개발사는 모두 입점할 수 있다. 다만 사행성, 선전성, 폭력성이 있는 게임은 입점 심사에서 제외된다. 저작권 등 라이센스 이슈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측은 "'애니팡2'가 기존 게임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선데이토즈에 문의했고, 법적 검토를 마쳤다는 답변이 돌아와 게임을 출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선데이토즈와 카카오 측 모두 게임 입점심사 과정에서 '애니팡2'의 표절 시비를 예상했다는 얘기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캔디크러쉬사가'를 출시했고, 2013년을 빛낸 게임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당시 '캔디크러쉬사가'에 대해서는 "전 세계인을 중독시킨 악마의 게임'으로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애니팡2' 표절 논란을 예상하고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사실 선데이토즈와 카카오의 인연은 각별하다. 애니팡은 지난 2012년 7월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되며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가 이제범 카카오 대표에게 카카오톡을 활용한 게임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은 업계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애니팡은 카카오를 통해 출시된 후 두 달만에 일평균 이용자(DAU) 1000만명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최근에도 일평균 이용자수 300만명, 하루 매출 1억원 이상을 올릴 정도로 급변하는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이례적인 기록들을 남겼다.

이 사이 카카오는 게임 전체 매출의 21%를 수수료로 받아왔다. 2012년 카카오가 흑자로 전환한데 일등공신은 단연 카카오 게임하기다.

'애니팡2'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순항 중이다. 현재 구글플레이 인기 애플리케이션 전체 순위에서 '애니팡2'는 2위에 올라와 있다. 최고매출 순위는 23위로, 전날보다 20계단 가량 껑충 뛰었다. 일각에서는 선데이토즈가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선데이토즈는 하나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상장사로 거듭났다. 수 많은 개발자들이 이곳을 보며 꿈을 키워왔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톡은 1억3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민 메신저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이를 기반으로 한다. 법적 검토를 했다고 해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두 업체의 책임은 무겁고, 또 더 무거워야 한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