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의 car&talk
[ 최진석 기자 ]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3사는 물론 영국 재규어, 미국 캐딜락과 링컨 등 럭셔리 브랜드는 많다. 렉서스, 어큐라, 인피니티 등 일본 출신의 고급 브랜드도 있다. 이들은 포드와 도요타, 닛산 등 일반 양산 브랜드와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그렇다면 럭셔리와 일반 브랜드를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최근 기자는 이 기준을 새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경험을 했다. 기아자동차의 VIP 마케팅을 통해서다. 기아차의 대형 세단 K9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살롱 드 나인(Salon de 9)’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아차가 이달 초 기존 K9의 상품성을 개선한 ‘K9 2014’를 내놓으면서 기획한 행사다.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살롱 드 나인에 초청된 인원은 총 120명. 기아차가 관리하는 VIP 고객 중 K9 구매 가능성이 높은 잠재고객을 골랐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1주일여간 1인당 3시간가량 총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기아차는 이를 ‘인생 절정의 순간들’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도 여기에 참여해봤다. 행사장은 호텔 9층에 자리잡았다. 먼저 ‘웰컴룸’으로 들어갔다. 긴장을 푸는 의미에서 카지노게임 블랙잭과 위스키, 칵테일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딜러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고 1인당 9개의 칩을 준 뒤 게임을 진행했다. 20분 만에 탈탈 털린 뒤 다음 방인 ‘그루밍룸’으로 이동했다. 그루밍은 남자들이 외모에 관심을 갖고 가꾸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루밍룸의 주제는 ‘대통령이 존경하는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수염’이다. 면도, 스킨케어와 슈케어(구두관리)를 전문가의 손길로 받을 수 있었다. 서울 한남동의 클래식 남성전문 바버샵 헤아(HERR)와 프리미엄 슈케어 브랜드인 문샤이너 직원들이 서비스를 하며 피부 및 구두관리법에 대해 설명해줬다. 1920년대 영국 바버샵에서 실제 사용했던 클래식 의자에 앉아 최고의 서비스를 받았다. 먼지를 뒤집어쓴 구두도 호강했다.
세 번째 방은 테일러룸이다. 주제는 ‘세상을 지휘한 카리스마 카라얀의 블랙슈트’. 서울 청담동 테일러숍 말리본 소속 전문가가 슈트 피팅과 스타일 멘토링을 해줬다. 개인별 체형에 따라 어떻게 슈트를 입어야 하는지 알려줬다. 네 번째 방에 들어서니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렉시콘의 제품과 음악치료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최고급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과 함께 풀어보는 시간이었다. 편안한 리클라이너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치료사의 설명대로 행복한 상상을 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개운한 기분으로 다섯 번째 방으로 이동하니 두 대의 K9이 전시돼 있었다. 이곳에서 K9의 장점과 특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차량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촬영은 전문 사진사가 맡았다. 저녁 7시30분에 시작한 살롱 드 나인 체험이 끝나자 시계가 10시30분을 가리켰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하며 칵테일과 위스키를 두어잔 마신 탓에 운전을 할 수 없었는데 기아차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쇼퍼서비스 기사도 지원해줬다.
기아차 K9은 럭셔리 세단을 표방한다. 차량에 적용된 소재와 다양한 편의·안전 사양은 다른 럭셔리 브랜드 못지않다. 에어서스펜션, 8단 자동변속기, 3.3~3.8L 가솔린 엔진으로 무장한 차체는 준족의 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는 이것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스펙과 현란한 옵션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이를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 혹은 열망이라고도 표현한다.
기아차도 이를 알고 살롱 드 나인이라는 비밀스러운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K9을 소유하면 이런 특별한 대우를 받고, 남들과 다른 특별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차량의 품질 및 성능 개선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