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폐차장의 대변신…車 중고부품 재활용 메카 꿈꾼다

입력 2014-01-15 13:47
수정 2014-01-15 14:35
대형마트 시스템 삼킨 폐차장 '모터스랜드' 가보…"중고부품 거래 거점 노린다"



[ 최유리 기자 ] 지난 13일 찾은 경기도 화성 장안면에 위치한 모터스랜드(자동차 부품 재활용센터). 일렬로 늘어선 선반 위에는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8000여개의 부품을 종류와 연식 등에 따라 구분한 방식이다. 이를 쉽게 알수 있도록 창고의 구획과 선반 별로 분류 표식이 붙어있었다. 각 상자에도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바코드가 부착됐다.

대형마트의 물류창고와 닮아있는 이 곳은 자동차 중고부품을 사고 파는 폐차장이다. 고철 덩어리가 뒤엉켜있는 일반 폐차장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다.

삭막한 폐차장이 IT(정보기술) 시스템을 도입한 물류창고로 변신한 배경에는 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의 부품 관리 시스템이 든든한 후원 역할을 했기 때문. 중고부품업체 모터스랜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한 곳 중 하나다.

모터스랜드는 폐차장 전체가 하나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인다. 폐차가 들어오면 부품 해체와 세척, 수리 등 재가공 작업에 들어간다. 재가공된 부품은 성능 테스트 후 사진 촬영과 바코드 입력을 거친다.

바코드에는 차종과 연식, 누적주행거리 등 자동차 정보뿐 아니라 부품의 상태, 해체 작업에 대한 기록까지 담긴다. 부품 정보는 데이터베이스화 돼 간단한 작업만으로 온라인 쇼핑몰에 올릴 수 있다.

이상옥 모터스랜드 대표는 체계적인 부품 관리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산 것을 협회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중고부품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품질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이라며 "시스템 도입 후 고객들이 제품 이력이나 상태를 눈으로 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반품률이 1% 내외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을 통해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해체된 차량을 주먹구구식으로 쌓아놓는 폐차장과 달리 어떤 부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 재고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재고 관리를 통해 물류 비용과 관리 인력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체계화된 정보는 시장 분석 자료로도 활용된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상품 위주로 부품을 구비해 매출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모터스랜드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한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부품 관리 시스템으로 안정된 사업 기반을 갖춘 이 대표는 전국 중고부품거래의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전국에 흩어진 폐차장들과 시스템 공유를 통해 통합된 거래망을 갖춘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폐차장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부품 공유를 통해 전국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다.

자동차 중고부품 시장에 대한 성장성도 자신했다.

그는 "고철로 팔면 7000원인 부품도 재활용 부품으로 팔면 6~8만원의 고부가가치를 올린다"며 "향후 폐차장은 사양사업이 아닌 고부가가치 환경 사업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성=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