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스타자문사에 묻다 ⑧] 트리니티, 안정적 수익 비결은 … "트레이딩 접근, 현금도 종목"

입력 2014-01-15 09:56
수정 2014-01-15 15:51
[ 정형석 기자 ] 2013년은 자신만의 투자전략으로 좋은 성과를 낸 자문사들이 돋보인 한해였다. 자문형랩 열풍이 지나간 이후 자문업계가 재편되면서 성적이 좋은 자문사와 부진한 자문사간 희비가 엇갈렸다. [한경닷컴]은 지난해 좋은 성과를 내며 자금을 끌어모은 스타 자문사 대표 10인에게 2014년 증시와 투자전략을 들었다. 11회에 걸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올해 증시는 기본적으로 상반기는 2013년과 비슷한 양상의 박스권 장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는 글로벌 실물경기의 회복속도가 빨라지면서 저점확인 후 재상승하는 패턴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강상욱 트리니티투자자문(이하 트리니티) 대표이사(사진)는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 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점진적인 축소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엔화 약세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고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미국이 확연한 경기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과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회복 속도가 아직 미비하다는 점 등 때문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1950~2100의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 대표는 "2014년 중반 이후 테이퍼링 종료 시점에 맞춰 증시는 조정을 거치면서 연중저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시장이 실물경기의 자생력 획득 여부를 따져볼 것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나 기업실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4분기 정도부터 실제 경기회복을 반영해 증시가 고점을 돌파하면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 "트레이딩 접근해야"…유망주는 '한국전력'

최근 트리니티의 최선호종목은 한국전력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기업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료는 전세계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정부가 손해를 보면서 기업들에게 혜택을 준 것이지요. 이제는 정상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혜택을 입은 기업들의 부가 한국전력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한국가스공사도 좋게 보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차 등과 같이 성장성이 열려있는 산업은 꾸준히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이런 산업의 실적은매년 증가하고 어느 순간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성장이 있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관심갖고 보라"고 말했다.

트리니티는 지난해 전기전자, 자동차 등의 보유비중을 상당히 낮춰, 연초 급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자동차는 2008년부터 5년동안 크게 성장했습니다. GM이 망가지고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때 미리 증설한데 따른 수혜를 봤기 때문이죠. 증설이슈도 있긴 하지만 향후에 그런 성장이 나오진 않을 겁니다. 엔저로 차별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전자중에도 SK하이닉스 정도만 좋게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주는 엔저 고점을 확인하고 나서야 매매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엔저로 일본 제품을 부품으로 쓸 수 있는 가격대가 오면 이후에 확인하고사야한다고 했다.

◆ "현금도 종목이다"…높은 수익률 비결

"추세적인 게 없습니다. 그래서 트레이딩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목표주가와 락바텀(진바닥)을 정해놓고 그게 아니라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트리니티는 이같은 전략에 따라 주식 운용시 현금 비중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시장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면서 빠른 대응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서다.

강 대표는 "보통 다른 자문사들의 주식비중은 적은 곳이 85% 정도"라며 "우리는 보통 주식비중을 70% 정도로 가져가되 똑똑한 주식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도 종목"이라며 "현금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은 한번 놓쳐도 다른 기회에 대응할 수 있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종목이 있어도 100% 사는 것도 위험이 있을 수 있어 50% 정도만 산다"고 했다.

트리니티는 절대수익 일임계좌의 경우 5% 이상 손실이 나지 않게 운용하고 있다. 높은 주식비중으로 손실이 10% 이상 나면 본전회복이 쉽지 않아서다. 강 대표는 "(이같은 전략 덕에) 유럽 사태때도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트리니티투자자문은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트리니티 일반주식펀드의 1년 수익률은 13.22%, 2년 수익률은 39.11%로, 각각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12.50%포인트, 28.94%포인트 앞질렀다.

◆ "고객의 돈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문사될 터"

트리니티가 이런 운용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고객의 돈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문사'를 만들고 싶다는 강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트리니티를) '고객의 돈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문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고객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수익을 내는지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트리니티는 시장의 등락이나 경기의 변동에 기댄 투자가 아닌 독립적인 사고와 아이디어로 안정적인 절대 수익률을 매년 기록하는 것을 운용의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수익을 잘내고 있는 트리니티투자자문의 다소 소박(?)한 꿈은 "고객의 돈을 최소한 본전이라도 해서 돌려드리자"는 것이다. 개인이나 일반법인 같은 리테일 고객의 일임 계약시에는 헤지펀드들이 주로 도입하는 '하이워터마크(HWM, 손실구간에서 성과보수를 받지 않는 것)' 제도를 도입했다.

그는 "트리니티는 아직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현재 운용중인 절대 수익형 일임계좌들과 벤치마크 추구형 기관 계좌들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장기적으로는 롱숏자산까지 확대해 고객들이 더욱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