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에 대해 상속소송을 낸 이맹희씨가 14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해원상생(解寃相生)'을 호소했다.
이날 서울고법 민사14부 심리로 열린 상속소송의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서 이 씨는 청구 취지를 변경했고, 대리인을 통해 A4 용지 5장 분량의 편지를 재판부에 전했다.
이 씨는 "해원상생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해원상생은 '원망을 풀고 같이 살자'는 의미이다.
이 씨는 "이것이 삼성가 장자로서의 마지막 의무이고 바람이다"며 "아직도 진정한 화해를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씨는 지난 7일 재판에서 이 회장 측에 화해 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번 소송에 삼성그룹 승계의 정통성이 달려있어 조정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씨 측은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삼성생명 주식 청구 전부와 이건희 회장에 대한 삼성전자 주식 청구 일부를 철회했다. 다만 이건희 회장 개인에 대한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000여주, 배당금 513억원 등을 포함해 총 9400억원 규모의 청구 취지는 남겨뒀다.
이 씨의 대리인은 "이 씨의 진정한 뜻이 삼성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에버랜드 상대 소를 취하했다"며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리인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속원주에 대한 주식인도 청구만 남겨두고 무상증자에 따른 보유 주식에 대한 청구는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재판부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재판 도중 건희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이제 재현이는 감옥에 갈 처지에 있고 저도 돈 욕심이나 내는 금치산자로 매도 당한다"며 "재판이 끝나면 내 가족은 또 어떻게 될지 막막한 심정이라 저로서는 굴욕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화해를 통해서만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의 대리인은 "이 씨의 소송 경위에 대해 확인하기 어려운 말이 많다"며 "대승적으로 화해하자고 하는 것과 앞뒤가 안 맞아서 대리인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심리를 모두 마친 뒤 "양측이 화해 의사가 있다면 언제라도 연락을 달라"고 당부했다.
판결은 다음달 6일 오전 10시에 선고된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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