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농협은행장 "도시 자녀-농촌 부모 연계상품 낼 것"

입력 2014-01-13 21:17
금융 CEO의 새해 구상

고령층·농기업 등 '농협' 만의 고객 확대
2014년 부실 PF대출 정리…수익구조 정상궤도 오를 것


[ 김일규 기자 ]
“농협 조직의 특수성을 살려 고령층, 농기업 등 농협은행만의 고객 확대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김주하 농협은행장(사진)은 13일 인터뷰에서 “다른 은행과 경쟁하는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협은행의 기존 강점을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올해는 경영을 압박해온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정리가 마무리되는 만큼 수익구조가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함께 가입하면 더 많은 이자

김 행장은 도시로 나간 자녀와 농촌에 있는 부모 간 연계형 금융상품 출시에 올 한 해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부모와 손자 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입하면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예·적금, 이들 간 자금이체시 수수료를 깎아주는 혜택이 있는 통장 등을 선보이겠다”는 얘기다.

시골에 있는 고령자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도 개발 중이다. 김 행장은 “은행 점포라고는 농협은행밖에 없는 금융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증권이나 보험상품과 연계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다양한 상품 설계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농협중앙회와의 연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농협은행의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농·축산물 구입시 할인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은퇴 후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농협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이를 계기로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전략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농업 관련 기업대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가공·유통기업으로까지 고객군을 넓혀 나간다는 생각이다.

○해외 진출도 적극 나서

사실 농협은행은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부실 PF 대출을 정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2008년 말 PF 잔액은 9조3800억원에 달했다. 지난 5년간 매년 1조원 안팎의 충당금을 쌓았다. 김 행장은 “남은 PF 대출(2조7000억원) 중 1조4000억원 정도는 정상 여신”이라며 “올해는 예년보다 충당금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브랜드 사용료를 감안하고도 62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모바일뱅킹 등 스마트금융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새해 금융권의 화두가 된 해외 진출 확대도 김 행장의 구상에 포함돼 있다. 그는 “지난해 사무소 형태로 진출한 베트남에서는 연내 지점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실적 위주의 인사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행장은 “퇴직 전의 업적 평가가 좋지 않은 직원은 퇴직 후 ‘순회감사자(하루씩 개별 지점을 돌며 감사하는 역할)’ 채용에서 배제하고 퇴직 직전까지 열심히 일했다고 판단될 경우 나이 경력에 상관없이 승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