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앞세운 GM 첫 여성 CEO 메리 바라의 승부수

입력 2014-01-13 20:31
수정 2014-01-14 04:00
인사이드 Story - 부실 털어낸 GM에 '넘버 원' 주문을 걸다

디트로이트 모터쇼 데뷔 "세계 모든 시장 석권이 목표"
한국GM 성장전략 마련하고 베스트셀링카 내놔야 1위


[ 최진석 기자 ]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북쪽 제너럴모터스(GM) 햄트랙 공장 인근의 ‘러셀 인더스트리얼 센터’. ‘2014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GM은 12일(현지시간) 이곳에서 전야제 행사를 열었다. 초라한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서자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의 주인공은 메리 바라 신임 최고경영자(CEO)였다. 지난달 10일 댄 애커슨 CEO의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발표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GM의 목표는 세계 모든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첫 여성 CEO, ‘GM No.1’을 말하다

GM은 13일 개막한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고성능 스포츠카 쉐보레 ‘콜벳 Z06’과 픽업트럭 GMC ‘캐니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바라 CEO는 전야제에서 둘 중 캐니언을 소개하며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픽업트럭을 선봉에 내세움으로써 미국 자동차 시장과 GM이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GM의 105년 역사상 첫 여성 CEO인 바라는 GM이 설립한 GM인스티튜트(현 케터링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기술을 바탕으로 한 품질 향상을 집요하게 강조한다.

바라 CEO는 “항상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신차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떤 시장에서도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쉐보레와 캐딜락 등 GM의 차들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양보 얻어내 재기 성공

GM이 도요타를 꺾고 다시 1등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이유는 지난 5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비용 감축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고 판단해서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GM은 부실덩어리였다. 퇴직한 근로자에게 건강보험 등 과도한 복지를 제공하면서 경쟁사에 비해 생산 단가가 훨씬 높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누적적자는 866억달러에 달했다.

존폐 기로에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정부로부터 495억달러를 지원받았다. 정부 지분이 60.8%에 달해 ‘거번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퇴직자 건강보험기금 출연금과 관련한 계약을 양보하고 강도 높은 공장 및 브랜드 구조조정을 받아들였다. 고용 및 임금 조정도 이뤄졌다. 이런 노력이 결국 미국 제조업의 부활로 이어졌고 GM은 파산 신청 2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929만대를 판매한 GM은 올해 4%가량 늘어난 970만대를 판매할 전망이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의 판매량(937만대)을 처음으로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바라 CEO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호주와 독일 공장 폐쇄 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하고 1위 탈환을 위해 도요타 캠리와 같은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도 내놓아야 한다. 유럽 수출물량(20만대) 감축으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GM의 성장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황지나 전무는 “디젤 차종 확대와 수출지역 다변화로 한국GM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