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지식사회부장 khpark@hankyung.com
[ 박기호 기자 ] 새해를 맞아 각
계의 신년 인사회가 열렸다. 인사치레만 하는 자리는 아니다.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시각과 의견을 공유하는 모임이기도 하다. 서울 마포 산업인력공단에서 지난 10일 열린 ‘노사정 신년 인사회’는 주목할 만한 행사였다. 노사정이 올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 같아서다.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행사는 썰렁하게 끝났다. 노동계의 불참 탓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추진과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진입 등을 이유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참석을 거부했다. 제3의 노총 조직인 국민노총만 모습을 비췄다. 지난달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총은 비난 성명까지 냈다. “우리가 의미 없는 덕담이나 나누는 조직으로 보이느냐”는 내용이었다.
산적한 노동 현안 '나몰라라'
양대 노총의 노사정위 불참은 우리 사회에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 등은 개별 기업 노사가 합의하기 힘든 임금체계 개편과 직결된 문제들이다. 개별 노사에 맡겨두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지 모른다. 노사정위 논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 부담은 기업 노사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근로시간을 줄이되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노사가 서로 주고받고 정부가 노사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사회적 대타협(패키지 딜)을 이끌어 내겠다”고 밝힌 이유다.
향후 노사정위에서 한국노총은 매우 중요한 변수다. 노사정위에서 임금체계 전반을 다룰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에 지난해 7월 합류했던 곳이 한국노총이다. 한국노총은 대표성도 강하다. 2012년 말 현재 전국의 노조원과 노조가 양대 노총에 속한 비중은 한국노총이 45.4%와 44.6%, 민주노총이 33.9%와 7.4%다. 민주노총은 조합원 수가 많고 강경투쟁을 보여온 철도 노조나 현대자동차 노조 등을 거느리고 있어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컸다. 정작 절반 가까운 노조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오는 22일 치러지는 한국노총 집행부 선거가 노사정위 운신의 폭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환란 극복 이끌어낸 노사정위
정연수 국민노총 위원장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민주노총은 야외 행사, 한국노총은 정치 행사, 국민노총은 정부 행사 이렇게 나눠서 다니면 되겠다”며 양대 노총의 불참을 에둘러 비난했다. 노동단체들이 협상 테이블이 아닌 야외·정치 행사로만 치달으면 결과는 뻔하다. 기업 및 국가 경쟁력 약화와 함께 노동계 지지 기반의 급속한 잠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 현안들은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에 훨씬 큰 타격을 주는 문제이기도 하다.
초심은 얽힌 실타래를 푸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노사정위원회가 1998년 1월 출범한 계기는 외환위기 극복이었다. 이후 1999년 2월 내놓은 90개 항목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협약’은 환란을 이겨내는 발판이 됐다. 대기업들의 수익성 둔화 우려와 엔저 등으로 새해 안팎의 여건은 좋지 않은 편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고 4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경쟁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노동계가 노사정위의 틀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노동 현안을 시급히 풀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박기호 지식사회부장 kh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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