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13일 “20개 계열사에서 하루 4~6시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를 통해 이른바 ‘경단녀 (경력단절여성)’ 등 6000명을 채용키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측은 이날 비록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이 정부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어쨌든 박근혜 정부 중점 추진 과제인 이 제도의 확산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뒤따랐지요.
그렇다면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기업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266개 기업 (대기업 48개사, 중소기업 173개사, 공기업 32개사, 외국계기업 13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주체는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 시기는 2013년 12월 10~20일 사이.
그 결과, 국내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응답기업 10곳 중 7곳 (72.6%)가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제도에 반대하는 곳은 27.4%에 머물렀고요.
특히 설문에 참여한 전체 기업 가운데 37.6%는 “2014년 중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설문을 진행한 잡코리아 관계자는 때문에 “국내 기업 사이에서 올해 중 이 제도가 자리잡을 가능성을 엿이게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설문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펴 보겠습니다. 제도 도입에 찬성 표시를 한 기업들은 가장 큰 이유로 “취업 소외계층 (주부나 실버 계층)에게 일자리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32.6%)을 꼽았습니다.
찬성기업들은 그 다음의 이유로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에 근무가 가능하다 (26.4%) △청년 실업난 해소가 기대된다 (16.1%) △고용이 보장되는 양질의 파트타임 일자리 창출 기대된다 (14.0%) △일과 가정의 양립 가능하다 (8.8%)를 제시했고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반대를 표시한 기업들은 “일자리의 질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응답 (37.0%)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들은 또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 심화 △정부정책에 따른 급조된 채용 우려 (각각 16.0%) △기업의 인력 교육비용, 시간 낭비 (11.0%) △최저 임금 확산의 우려 (10.0%) △기업의 체계적인 인력 운영이 어려워질 전망(5.0%) 등을 반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들 (전체의 37.6%)은 그 분야로 △일반 경력직 채용 (응답률 58.0%)을 가장 높은 비율로 지목했습니다. 다음 △신입직 채용 (53.0%) △경력단절 여성 채용(40.0%) △퇴직 후 실버계층 채용 (13.0%)의 순으로 답했고요.
이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직무 분야로는 △서비스직 (43.0%)을 가장 높은 비율로 지적했네요. 이어 △고객상담직 33.0% △일반관리직 31.0% △생산직 27.0% △기획직 24.0% △판매.매장관리직과 △마케팅직이 각각 22.0%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2014년에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계획을 가진 기업들은 이를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로 “고용의 탄력성을 유지하면서 전문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40.0%)”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들은 두 번째 이유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시책에 부응하기 위해서 (29%)”라고 밝혔는데요. 이는 정부측에서 기업들에 이 제도 도입을 ‘요구’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기업들은 이와 함께 “갑작스럽게 폭주하는 단순 반복 업무에 대처하기 위해서” “기업의 인력 비용 절감을 위해서”(각각 14.0%)를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채용의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시간선택제 채용 계획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채용 인력에 대한 향후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89.0%가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설문에 응한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자체에 대해선 △좋은 (양질의) 일자리 (61.7%) △기혼 여성을 위한 일자리 (54.9%) △일자리 정책을 위한 형식적인 일자리 (36.5%) △4대 보험 등 복지 혜택을 받는 계약직 일자리 (30.1%) △청년층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 (23.7%) △질이 낮은 일자리 (23.3%)라는 다양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