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처럼 되고 싶다면 직원들 잠자는 열정 깨워라

입력 2014-01-10 06:58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13)

창조적 조직문화 - 김성수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애플의 리더십
"리스크는 리더가 진다"…목표·가치 끝까지 고집…새로운 혁신·모험 좇아

구글의 조직문화
팀 중시한 가족적인 분위기…채용때 경력보다 능력 우선…구성원 간 응집력 강조


[ 강현우 기자 ] “조직 문화는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 의식과 행동 방식을 뜻합니다. 규율이나 신념도 포함하죠. 이런 조직 문화는 구성원 개개인의 행동 양식으로 나타나고, 결국 조직의 성과로 이어집니다.”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AMP) 가을학기 열세 번째 시간. ‘창조적 조직 문화’ 강의를 맡은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사진)는 “대조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으면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사례를 통해 조직 문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겠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 애플

애플은 고 스티브 잡스가 1976년 4월 창립했다. 2007년까지 사명은 애플컴퓨터였고 같은 해 1월9일 애플로 상호를 바꿨다. 직원(정규직 기준) 수가 2010년 9월 4만6600명에서 현재 8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2008년부터 작년까지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작년 실적은 매출 168조원, 순이익 46조원으로 매출 201조원, 순이익 24조원을 낸 삼성전자보다 매출은 작지만 이익은 더 많다.

“애플의 역사는 크게 세 시기로 나뉩니다. 잡스가 창업을 한 1976년에서 1985년을 1기, 잡스가 1983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존 스컬리에 의해 쫓겨났던 1985년부터 1997년의 2기, 그리고 잡스 복귀 이후 현재까지의 3기입니다. 잡스는 1979년 제록스 연구소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그래픽사용자환경(GUI)에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1984년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는 현재 PC 형태의 첫 모델인 매킨토시를 만들어냅니다. 매킨토시는 한국의 국광과 비슷한 사과의 품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완전히 익기 전에는 신맛이 강하지만 잘 익으면 과육이 단단하고 과즙이 많으며 향기가 강합니다. 사과(애플)라는 회사가 국광(맥킨토시)이라는 PC를 내놓은 거죠.”

잡스가 없던 2기에도 애플은 노트북인 ‘파워북’ 등 잡스가 구상했던 제품을 상용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스컬리가 CEO로 있던 1986년부터 1993년까지 매출이 3배 커졌다. 훗날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기반이 된 개인휴대단말기(PDA)라는 기술을 처음으로 내놓은 것도 이 시기다. 그러나 스컬리마저 떠난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애플은 대량 해고를 실시하는 등 침체기를 겪는다.

“1985년 잡스가 떠난 지 10년가량 후에 애플에 고비가 왔습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금 애플은 그가 생전에 구상했던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10년쯤 후에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리더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김 교수는 이어 ‘경쟁가치모형’ 그래프를 강의실 화면에 띄웠다. X축은 중앙에서 왼쪽으로 갈수록 조직이 내부 지향적임을, 반대로 갈수록 외부 지향적임을 나타낸다. Y축은 위로 갈수록 유연성·자율성을, 아래로 갈수록 통제와 안정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내부 지향적이라는 것은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잘 배려하고 사이가 좋다는 뜻이고, 외부 지향적이라는 건 시장 성과 중심으로 해고도 많이 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다. 그래프의 1사분면은 외부 지향적이면서도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미국 벤처기업 모델인 ‘혁신형’이고 그 아래 4사분면은 미국식 대기업 모델인 ‘시장형’이다. 시장형의 대척 방향인 2사분면은 한국의 많은 벤처기업이 갖고 있는 ‘공동체’ 모델이고 그 아래 3사분면은 공무원 조직 같은 ‘위계형’이다.

“애플은 많은 미국의 벤처기업들처럼 혁신형 모델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잡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구성원들이 공유하면서 공동체 모델의 성격도 나타났습니다. 4~5년간 같이 일하면서 팀워크도 좋아졌죠. 매킨토시를 개발한 팀 이름은 ‘해적’이었습니다. 잡스는 이때 “해적이 될 수 있는데 왜 해군에 들어가나”라고 했죠. 해군이 관료적인 조직이라면 해적은 새로운 모험과 혁신을 좇는 유연한 조직을 대표하죠.”

잡스가 이탈한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식 대기업 모델인 시장 중심 조직으로 바뀌었다. 혁신 문화는 쇠퇴하고 효율과 마케팅을 중시하는 조직이 됐다. 직원 수만 명의 거대한 조직이 됐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당연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대표 기업들도 거의 시장 지향적이고 차질 없는 업무 진행을 우선시한다.

“그런데 잡스가 복귀하면서 시장 지향적인 조직도 혁신 모델을 함께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큰 기업이 혁신 모델을 함께 보여준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잡스는 복귀 직후 ‘핵심 가치로 돌아간다. 핵심 가치는 열정을 가진 인재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애플 직원을 만나 보면 ‘전문경영인 시기인 2기에 작동하지 않았던 초기 핵심 가치가 부활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 개발 팀은 1년에 3일 쉬었다고 합니다. ‘정상인은 입사 후 1개월 내에 이직하고 성격 좋은 사람은 6개월가량 일하고 나간다. 괴짜들만 그 이상 근무한다’고 할 정도로 애플의 업무량은 과중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을 시킬 수 있는 게 CEO의 열정과 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잡스의 리더십을 ‘진정성 리더십’이라고들 하는데요, 자신의 목표와 가치를 끝까지 고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는 나와 내가 보는 나의 모습이 같다는 겁니다. 연봉은 1달러만 받고 스톡옵션만 받으면서 ‘리스크를 내가 진다’는 진정성을 보여줬습니다.”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구글

구글은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창업했다. 2012년 기준 미국 내 직원 수는 5만3000여명이다.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서 2010년부터 3년 연속 애플에 이어 2위를 했다.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에는 최근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애플은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선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구글은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기업 문화를 명시해 놨다.

‘1998년에 설립했을 때보다 훨씬 큰 회사가 되었지만 구글은 여전히 가족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의 혁신은 모든 직원이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실현된다. 따라서 모든 직원은 혁신의 실질적인 기여자이며 모두 여러 직책을 겸한다. 모든 임직원이 구글의 성공에 있어 똑같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에 열리는 주간 회의(TGIF·Thank God It’s Friday)에서 래리나 세르게이(창업자·CEO)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거나 임원들과 어울려 허물없이 배구 경기를 즐기기도 한다. 구글은 직원을 채용할 때 어떤 차별도 두지 않으며 경력보다는 능력을 중시한다.’

“구글은 혁신이라는 것이 천재 한 명이 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급 인재 수십 명이 몇 년간 꾸준히 해야 제대로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식 개인주의가 아니라 팀을 중시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이죠.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 미국식 시장형 모델로 바꿨는데요, 구글은 구성원 간 응집력을 강조하는 공동체 모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직원이 ‘열정’을 갖도록 하라”

구글은 수평적·가족적 조직 문화를 위해 세계 모든 사무실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TGIF’ 시간을 갖는다. 최고경영진과 사원이 함께 모여 음식(술 포함)을 나누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회사 정보를 공유하고 질의·응답을 한다.

“미국 본사에서는 창업자나 CEO가 나와서 함께하기도 하고요, 이럴 때는 동영상을 찍어 세계 직원들과 공유하기도 합니다. 제가 구글에 방문했을 때 안내해준 엔지니어에게 들었는데요, ‘한 달 안에 이런 부분을 고쳐주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겠다’는 돌직구성 발언도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구글 출신 정도 되면 나와도 갈 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요즘은 미국 시간 목요일 오후 5시에 TGIF를 열기도 합니다. 금요일 아침엔 한국 일본 중국 호주 직원들이 화상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TGIF’가 열리는 것이죠. 한국 직원들이 미국 본사에 있는 상사의 지시를 받는 구조라 이런 글로벌 스킨십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구글은 사원 출입증만 있으면 세계 어느 오피스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조직 구성원이 하나라는 의식을 갖게 하려는 겁니다.”

구글은 3개월 주기로 다면 평가를 한다. 자기 평가와 함께 5명의 동료들로부터 동료 평가를 받는다.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되는 동료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익명의 평가서를 상사에게 제출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자기 혼자 하는 체제인데요, 구글은 그걸 깼습니다. 인사의 최우선 지침이 팀워크입니다. 다섯 명이 평가하고 몰래 감독도 하면 조직 문화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 자체가 감독이 아니라 의견 공유를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팀워크를 통해 혁신을 하는 것이 구글의 철학이니까 이런 제도가 적합하다고 봅니다. 구글이 말하는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인사 제도를 통해 잘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창조성 단계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원들에게는 여섯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복종 근면 지능 주도성 창의 열정입니다. 직원들이 새로운 일을 벌이고 싶어하도록 해줘야 하고 창의성도 길러줘야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가장 마지막의 열정입니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하는 것도 열정입니다. 창조경제도 열정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