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본시장] 거래소 "주식거래 1시간 늘리자"…벼랑끝 증시 탈출구 될까

입력 2014-01-09 20:30
활성화 방안 제시

시간외거래 쉽게 손질, 새 파생상품 상장 추진
금융위 "논의한 바 없다"…업계 의견 수렴키로


[ 황정수 / 장규호 기자 ]
한국거래소가 시간외거래(오후 3시10분~6시)를 활성화하고 현재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인 정규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최대 1시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파생상품시장에 신상품을 상장시키고 우량 비상장 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요건과 공시 의무도 완화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종목별 가격제한폭 제도를 도입한다. 거래 급감, 개인투자자 이탈과 증권사 구조조정 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이다. 시장에선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면서도 주식시장 ‘빙하기’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을 신중히 논의할 때가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시간외거래 활성화해 유동성 확대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를 위한 중장기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본지 2013년 12월11일자 A1, 5면 참조

거래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리는 정규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최대 한 시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2000년 거래시간이 5시간에서 6시간으로 바뀐지 약 14년 만이다. 유동성 확대와 거래시간 차이에 따른 해외 투자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주식시장의 정규 거래시간은 6시간30분~8시간30분으로 한국보다 길다. 다만 증권업 종사자의 근무환경, 외환 거래 시간과 연결된 문제라서 관계 기관과 충분히 협의한 후 추진하기로 했다.

정규 장 마감 10분 후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시간외거래 제도를 손질해 투자자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오후 3시10분부터 3시30분까지 ‘당일 종가’로 거래되는 시간을 오후 4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후 오후 6시까지 열리는 단일가매매시장의 가격제한폭(현행 ±5%)을 벌리고 주문 체결 시간도 30분 단위에서 5~10분 단위로 바꾼다. 정규 시장에서 10주씩 거래하던 유가증권시장의 5만원 이하 주식도 한 주씩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파생상품 활성화를 위해선 주식선물 상장 종목 수를 현재 25개에서 최대 100개까지 늘리고 변동성지수선물 상장을 추진한다. 유동성공급자(LP)의 거래와 우정사업본부의 현·선물 차익거래엔 증권거래세(매도 시 거래금액의 0.3% 부과)를 줄여달라고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거래 늘려 자본시장 살린다

국내 자본시장은 개인투자자 이탈, 기업의 자금 조달 위축 등으로 얼어붙었다. 지난해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2012년보다 16.3% 급감했다. 수수료 수익 감소로 2013회계연도 상반기 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44% 줄어든 증권사들은 작년 1~9월 1580명을 해고했다.

최 이사장은 “거래 감소, 기업 자금 조달 기능 위축, 증권사 수익 급감으로 자본시장 생태계가 위기에 직면했다”며 “우선 자본시장의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김동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거래시간이 늘면 시차가 있는 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정보가 국내 시장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이익”이라며 “중국과 거래시간이 비슷해져 해외 투자자들의 불편도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거래 증가로 연결되기 힘들 것이란 평가도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가계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거래소의 대책만으론 역부족”이라며 “한마디로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태도는 아직은 ‘유보적’이다.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정부와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협의한 것이 아니다”며 “주식 거래 활성화와 편의성 제고를 위해 증권업계 전반의 의견 수렴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수/장규호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