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항공사들이 이른바 '꽃할배 효과'에 웃음 짓고 있다.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의 방송을 탄 여행지가 화제를 모으면서 해당 노선의 탑승률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일부 항공사는 꽃할배를 직접 모시는 작업에 실패했지만 취항지 방송만으로도 톡톡한 효과를 봤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대만 편에 협찬을 추진했다. 기내 서비스나 취항지를 노출시키는 간접광고(PPL)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에서다.
지난 7월 유럽 배낭여행 편이 전파를 탄 후 관련 여행지가 주목받았기 때문에 대만 노선을 운항 중인 항공사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기회였다.
이에 항공권 협찬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티웨이항공과 꽃할배의 동반 출연은 무산됐다. 이유는 출연진들이 반드시 비즈니스석에 타야한다는 것. 저비용항공사(LCC)의 특성 상 일반석만 제공하는 티웨이항공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꽃할배 모시기는 무산됐지만 취항지가 방송된 효과는 뚜렷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티웨이항공의 김포-타이베이 노선 탑승률은 89%로 전년 대비 24% 껑충 뛰었다.
방송 효과를 본 것은 대형항공사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의 대만 노선 탑승률은 81%에서 88%로 늘었고, 대한항공 역시 70% 대에서 80% 수준으로 올라섰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다른 여행지보다 거리가 가깝고 경비도 저렴해 방송을 본 중년층의 방문이 급증했다"며 "지난 11월부터 이미 올 2월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예약이 찼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깜짝 효과'에 놀란 항공사들은 여행을 콘셉트로 한 방송 출연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꽃할배 협찬이 무산된 티웨이항공은 주말 예능 프로 '아빠 어디가' 제주편을 통해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방송에 기내를 노출시켜 항공사와 승무원 특화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시즌3 방송을 앞두고 있는 꽃할배의 추후 여행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꽃할배의 다음 여행지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라며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제작사가 다음 여행지나 협찬사에 대한 정보를 함구해 아쉬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