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재 기자 ] 연세대는 상대가, 고려대는 법대가 강한 전통을 일컫는 '연상고법'이란 표현이 옛말이 됐다.
9일 두 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사법시험은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에선 반대로 고려대가 연세대보다 더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통상 사시는 고려대가, CPA는 연세대가 강세를 보여 온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역전현상이다.
특히 사시 합격자 수에서 연세대가 고려대를 앞지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연세대는 2013년 치러진 55회 사시에서 43명의 합격자를 내 고려대(41명)를 제치고 서울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입학정원이 고려대보다 적었지만 더 많은 합격자를 내는 성과를 거뒀다"며 "학교 차원의 체계적 국가고시 지원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해 뛰어난 자질의 학생들, 교수들의 노력이 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법대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로 바뀐 것도 '법대는 고려대가 낫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후문. 신 원장은 "(로스쿨 전환 당시인) 2008~2009년 우수 학생들이 많이 입학한 것이 이번 사시 결과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CPA 합격자 수는 반대 상황이 됐다. 고려대가 최근 3년간 시험 결과에서 처음 연세대를 눌렀다.
2013년 48회 CPA 최종합격자의 대학별 현황을 분석 결과, 합격자 904명 가운데 고려대 출신은 108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연세대는 105명으로 전년(121명) 대비 합격자 수가 줄어들며 선두 수성에 실패했다.
윤성수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은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높아진 학생 수준과 학교 차원의 꾸준한 지원, 물심양면에 걸친 경영대 동문들의 지원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CPA 합격자 수는 연세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게 정확한 평가"라며 "무엇보다 고려대 경영대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수준이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고려대는 그간 전면 영어강의 시행 등 독자적 발전계획을 세워 경영대를 꾸준히 키워왔다. 입시 커트라인이 올랐을 뿐 아니라 국내 대학 최초로 미국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인증과 유럽경영대학협의회 인증(EQUIS)을 동시 획득해 교육 품질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기도 했다.
한경닷컴 김민재 기자 mjk11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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