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랜차이즈 수 3000여개, 자영업자 600만명. 바야흐로 창업의 시대입니다. 청년실업자는 줄지않는데 정년을 채우지 못한 직장인만 늘어납니다. 불황으로 내몰린 창업 입문자들은 프랜차이즈의 옥석(玉石)을 가려내기도 어렵습니다. 특정 아이템이 뜨면 비슷한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유통팀 기자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핫검색'을 이끌어 낸 '작지만 강한 가게'의 성공 노하우를 파헤친 시리즈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주]
[ 노정동 기자 ] "길거리 음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 분모입니다. 모두를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
'주점들의 천국'이라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캠퍼스 주변에서 요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다이닝 펍이 있다.
이탈리아 태국 멕시코 등 전 세계 10여 개국의 길거리 음식을 그대로 가져와 베테랑 요리사들이 재탄생시켜서 이 먹자골목의 고객들을 단번에 사로잡은 '빅스트릿(BIG STREET)'이 그 곳이다.
'맛집' 혹은 '주점'이라는 흔한 카테고리에 들어가길 거부한 이 다이닝 펍은 길거리 특유의 흥겨움을 매장 안으로 고스란히 들여온 신개념 공간으로 입 소문을 탔다.
◆ '강남 여자'의 건대 공략법…"콘셉트를 뒤집어라"
빅스트릿은 올해 2월 문을 연 신생 프랜차이즈다. 아직까지 2호점도 출점되지 않은 단독 매장이다. 홍보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주말이면 '웨이팅(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이 가게만의 색다른 콘셉트가 지나가던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서다.
빅스트릿은 이른바 '건대 스타일'이 아니다. 20대 대학생들이 주고객층인 이곳 상권은 '값이 싸고 양이 많은' 것이 미덕인 곳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서울 강남지역에서만 가게를 해왔던 빅스트릿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숙 대표(37·이룸팩토리)는 전형적인 건대상권 공략법을 거부했다.
처음 이곳에 가게 문을 열었을 때 30년 이상 이 지역에서 장사를 했던 주변 상인들은 김 대표의 '마이웨이'를 우려했다. 값이 싸지 않고 메뉴를 고급화시킨 빅스트릿의 콘셉트가 2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이 많았다.
김 대표는 "거리음식을 고급화시킨 게 빅스트릿의 차별 포인트"라며 "서비스와 맛에 자신 있는 만큼 제 값을 받겠다는 것이 운영 철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20~70대까지 어울려 노는 술집…"거리음식이 매개"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다이닝 펍을 전 세대 모든 연령층이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던 빅스트릿은 '거리 음식'을 메인 콘셉트로 정했다.
김 대표는 순대와 떡볶이 등 한국의 거리음식부터 숙주나물을 이용한 태국, 파스타 면을 이용한 이탈리아, 피자가 기본이 되는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나라의 거리 음식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시켰다.
그래서 탄생한 메뉴들이 순대그라탕, 소이치킨, 고르곤졸라피자, 리코타치즈샐러드 등이다. 각국의 대표적인 재료들을 살리면서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 포인트를 섞어 재해석한 점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다른 다이닝 펍들과는 다르게 20대 대학생들부터 70대 성인들까지 찾아오는 곳이 바로 빅스트릿"이라며 "전 연령층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거리 음식들을 주메뉴로 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이곳 주방장들은 전 세계 거리 음식들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홍콩, 동남아, 유럽 등을 탐방하고 있다. '냉동'이 아닌 살아 있는 요리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 '앉은뱅이 술' 리타…한국식으로 만들어 '특허' 신청
빅스트릿의 대표 주종은 한국식 '리타(rita)'다. 리타란 테낄라 베이스에 라임이나 레몬을 넣어 마시는 술로 라틴지방과 카리브해에서 많이 소비되는 주종이다.
리타는 최근 국내 외식업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술 중에 하나다.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소형 주점에 이르기까지 리타를 변형한 혼합주(酒)들을 젊은 세대를 겨냥해 속속 내놓고 있다.
빅스트릿의 리타는 독특하다. 막걸리와 칵테일을 섞은 플레인라이스리타, 소주가 베이스인 로즈베리소주리타, 청포도리타 등이 판매된다. 빅스트릿은 현재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리타들 중 고유 제조법을 갖고 있는 두 가지 리타(막걸리리타, 소주리타)에 대한 특허를 신청해놨다. 그만큼 맛에 대한 독특함에 자신 있다는 반증이다.
김 대표는 "옛 어른들이 가끔 막걸리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것에 착안해 한국식 리타를 만들었다"며 "'막걸리 리타' 등 빅스트릿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에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 길거리의 생동감, 인테리어에 그대로 표현
빅스트릿은 인테리어도 독특하다. '전 연령층이 어울려 노는 길거리' 콘셉트 답게 200평 규모의 대형 매장 안에 다양한 룸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을 그대로 재연해낸 지하철 룸과 조용하고 색다른 분위기로 지인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감옥 룸, 길 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노천 까페' 등 일반 가게들과 확연히 차별화시켰다.
아직 국내서도 2호점을 오픈하지 않은 빅스트릿이지만 독특한 콘셉트 때문에 벌써부터 해외서도 가맹문의가 잇따른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문의가 많다는 것.
김 대표는 "누구와 함께 몇 명이 오든 지, 어떤 기분으로 오든 지 고객들의 요구를 한번에 충족할 수 있게 만든 인테리어"라며 "미국, 중국, 태국 등에서도 가맹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